미국 약값 낮추겠다며 외국 정부 팔 비트는 트럼프…한국도 영향권

김원철 기자 2025. 5. 1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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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약국 선반에 약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처방약 및 의약품 가격을 30%에서 80%까지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제약회사들이 30일 이내에 처방약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가격 제한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다른 나라의 최저 약값 수준에 연동하겠다고도 밝혔다. 제약사에 싼 가격을 강제하는 외국 정부에게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는데, 향후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 약값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가격을 평준화할 것”이라며 “유럽이 지불하는 가격과 동일하게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30일 동안 제약사들과 신약 가격 협상을 벌이게 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다른 나라의 약값 수준에 맞춰 미국이 약값을 제한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메디케어(65살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한 연방정부의 건강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을 위한 연방 및 주 정부 공동 운영 의료 지원 프로그램) 등 연방정부가 지불하는 약값을 재조정하는 데 있다.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한 일반 국민이 단기간에 효과를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 워싱턴대의 보건법 전문가인 레이첼 삭스는 에이비시(ABC) 뉴스에 “이번 조치는 자발적 인하를 요청하는 수준이며, 구체적 인하 목표가 명시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값 인하를 위해 외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정부들은 제약사들이 제품을 판매하려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제품을 시장에서 차단한다. 그 결과 비용 부담이 부당하게 미국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강력히 들여다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USTR)와 상무부 장관에게 다른 나라가 의도적이며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춰 미국의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정당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관세에 포함하겠다. 모든 나라가 약값을 공평하게 맞춰야 하고, 같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나는 그 관점에서 제약사들을 방어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유럽연합(EU)을 콕 집어서 “가장 심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환자들이 독일과 유럽연합 모든 국가의 사회주의 의료체계를 사실상 보조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특정하긴 했지만, 미국이 향후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도 약값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제약사들은 자기들이 개발한 ‘혁신’ 신약에 대해 한국이 약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다고 수년간 주장해왔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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