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동점, 재투표 아냐…헌법상 '국회가 결정'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가운데 대선 후보 간에 득표수가 같을 경우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대선 관련 뉴스 댓글에는 "대선 후보끼리 득표수가 같으면 투표 다시 해야 하나", "이런 전례가 없어 규정 자체가 없을 것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두 후보가 동점을 기록할 경우 연장 투표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헌법에 따라 동점일 때는 투표 연장이 아닌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있습니다.
이는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만큼 동점이라는 극히 드문 상황에서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혼란 없이 국가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놨다는 의미입니다.
각종 논문 등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대선처럼 4천만명 이상이 투표하는 경우 동점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0'에 수렴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선에서 동점 사례는 없었으며, 해외에서는 18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동점이 발생해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하원 투표로 대통령이 결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 헌법에 규정…대선 동점자 2명 이상시 국회서 선출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통령 선출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있습니다.
헌법 제67조 제2항은 대선 후보 동점과 관련해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는 원칙(제67조 제1항)에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최다 득표자가 여러 명일 경우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헌법이 명시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득표 동점이 헌법에 따른 국회의 대통령 선출 절차는 먼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가 소집됩니다. 이는 대통령 선출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국회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공개회의에서 각 출석 의원은 최고 득표를 기록한 동점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하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최종적으로 대통령 당선인으로 결정됩니다.
이처럼 대선 후보 동점 시 처리 절차를 명시한 것은 헌법 제정 당시부터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주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음을 보여줍니다.
헌법 제67조는 이 외에도 대통령 후보가 1인일 경우 당선 요건을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로 규정하고 있고,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 보유 및 선거일 현재 40세 도달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선 역사상 실제로 동점이 발생한 사례는 없습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유권자가 4천40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직접 선거에서 동점이 나올 확률은 '0(제로)'에 가깝다.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확률적으로는 기적에 가까운 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선거통계 전문가인 앤드류 젤먼 교수 등의 논문에 따르면 유권자 수가 100만명일 때 동점일 확률은 100만분의 1 수준, 유권자 수가 1천만명 이상이면 동점 확률이 1천만분의 1 이하로 급감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나라처럼 4천만명 이상이 투표하는 경우 동점 가능성은 사실상 '0'에 수렴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역사상 박빙의 승부는 제20대(2022년) 대선이었습니다.
제20대 대선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는데 득표율이 48.56%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47.83%와 0.73%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표 차이는 약 24만7천표였습니다.
제5대(1963년) 대선은 민주공화당 박정희 후보와 민정당 윤보선 후보가 대결해 각각 46.6%와 45.1%의 득표율로 박정희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득표율 차이는 약 1.5%였습니다.
제15대(1997년) 대선은 외환 위기에 치러져 관심이 컸습니다. 당선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이 40.3%,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7%로 1.6% 포인트, 약 39만표 차이였습니다.
제16대(2022년) 대선에서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득표율 48.9%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46.6%를 누르고 약 2.3% 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대선 후보 동점 발생 시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가도 있지만 국가에 따라 재투표나 추첨 등의 방식을 쓰는 등 다양합니다.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 동점(각 후보가 과반수인 270표를 얻지 못하는 경우)이 발생하면, 대통령 선출 권한은 하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주별 대표단이 하나의 투표권을 행사해 대통령을 선출하며, 과반수인 26개 주 대표단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하원이 대통령 취임일까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동점이 발생한 사례는 1800년 선거가 유일했습니다.
당시 토머스 제퍼슨과 에런 버가 모두 73표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이 선거는 하원에서 여러 차례의 투표 끝에 제퍼슨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분리해 투표하도록 하는 수정헌법 제12조가 채택됐습니다.
1824년 미국 대선에서는 앤드루 잭슨, 존 퀸시 애덤스, 윌리엄 크로퍼드, 헨리 클레이 4명의 후보 중 누구도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해 하원에서 애덤스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1876년 미국 대선에서는 새뮤얼 틸던과 러더퍼드 헤이스 간의 선거에서 일부 주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대한 논란이 발생해 특별 선거위원회의 결정으로 헤이스가 대통령으로 확정됐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상위 2명의 후보가 결선 투표에 참여합니다. 이는 동점을 포함한 모든 과반수 미달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은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 동점 시 재투표를 합니다.

김건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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