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조선민화전'을 보고

2025. 5.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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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용산 소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개관 80주년 기념으로 지난 3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민화 80여 점을 선보이는 '조선민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의 민화를 소재별로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병풍형식으로 제작된 민화가 많이 전시되고 있어 민화의 매력을 한눈에 조명하여 볼 수 있다. 전시장은 민화의 소재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는데 1전시실에는 서재를 그림으로 표현한 '책가도' 병풍들과 유교적 덕목인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孝, 悌, 忠, 信, 禮, 義, 廉, 恥) 등의 문자를 바탕으로 한 문자도가 있으며, 또한 부채를 묘사한 '백선도', 연꽃의 우아함을 표현한 수련도와 물고기나 육지 동물을 표현한 '어락도' 등을 볼 수 있다. 2전시장은 '일월부상도', '소상팔경도', '금강산도' 등의 산수화가 있으며, 부귀와 장수를 상징하는 '화조도', '모란도'등과 소품 회화를 모아 만든 '백납도병풍' 등이 있다. 3전시실은 입신양명을 기원하는 '호작도'와 '운룡도'가 있고, 4전시장은 벽사와 기보를 기원하는 '봉황도', '어변성룡도' 등이 있으며 또한 철학적인 사유를 포함하고 있는 '하락도'가 있다. 한편에는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수렵도'와 '구운몽', '삼국지' 등 소설을 주제로 한 민화도 전시되고 있다. 6전시장에는 후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백동자도'와 '평생도' 등이 있고, 신선들의 모습을 그린 '신선도'가 있다. 마지막으로 7전시장에는 민화 관련 목공예품이나 금속공예품 등이 전시되고 있어서 민화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이다. 민화라는 용어는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가 처음 정의했는데, 그는 민화를 '민중 속에서 태어나서,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이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민화에 대한 용어 규정은 궁중에서 화원 화가에 의하여 그려진 '궁중화'와 대척의 관점에서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화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사상적인 의미에서 유교나 도교를 바탕으로 하는 중국적인 사상과는 다른 우리 민족 고유의 민간신앙을 기반으로 하여 생산된 예술품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향유된 계층의 측면에서 기존의 동양 전통 회화는 왕가나 양반이 주요 소비층인 데 비해 민화는 궁중이나 양반 등은 물론 하층민까지 전 계층이 민화를 애용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셋째는 미술품이 목적성의 측면에서 전통 회화는 감상이나 장식을 위한 것이 많은 반면, 민화는 여기에 더하여 벽사나 길상의 염원을 담고 있는 경향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넷째는 예술 형식의 측면에서 기존의 성리학적인 관념을 비판하면서 개인의 욕망을 중시하는 시대적인 요청을 반영하여 전통회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개인의 미감을 반영한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같이 민화는 우리 민족의 사상이나 시대성을 반영한 우리 문화의 산물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날 인사동에서 민화 때문에 예술계가 유지된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민화가 지금 이 시대에 미술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문득 노자 도덕경의 구절인 '옛 도를 가지고 지금에 있는 것들을 다스린다.(執古之道 以御今之有)' 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즉 진실로 생명력 있는 옛도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삶이나 철학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민화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김장현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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