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산불이 꺼진 후 – 집, 집, 집, 집이다

최미화 기자 2025. 5. 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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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이번 경북 산불 피해는 인구감소 지역에서 컸다. 주민 대다수가 노인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산불을 끄거나 잔불 정리라도 하면서 '민관군' 대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속수무책으로 경북에서만 4천 채 가까운 집을 화마가 휩쓸고 갔다. 집을 잃은 노인들은 대피소에서 마을 경로당으로, 자녀나 친인척의 집으로 이주해 있다. 청년들이 떠나가는 지역에서 나이 든 사람들마저 떠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답은 집이다. 집을 잃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지원은 집 그 자체다. 옷, 음식, 가전제품, 가구 등 지원이 '내 집'이라는 공간에 담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재난안전법에 근거할 때 산불은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재난이다. 그래서 집이 사라졌을 때에도 최대 3천만 원 정도의 보상만 받을 수 있다. 피해 이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려면 본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 다행히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지자체장들의 노력에 힘입어 국비와 지방비, 성금 등을 포함한 주거 지원금이 피해 가구당 1억 원 수준에서 확보되었다. 타버린 집을 철거하고 집터를 다시 닦으며 그 위에 임시조립주택을 만드는 작업도 한창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임시조립주택은 그야말로 임시방편이다. 산불로 인하여 더 많은 사람이 떠나갈 것이라는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을 수준에서 더 적극적이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주불이 지나간 직후 임시대피소로 사용 중인 영덕군 국립청소년 해양센터에 갔었다. 팔순이 넘은 어르신의 손을 잡고 물어봤다. "어머니! 지금 뭐가 당장 필요하세요?" 답은 옷도, 음식도, TV도 아닌 "집이야"였다. 노인들에게 집 지어줘봤자 몇 년 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면 빈 마을만 더 생길 것이라는 비아냥 아닌 비아냥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하루를 살아도 편하게 내 발 쭉 뻗고 살 수 있는 집, 내 공간을 갖고 싶은 기본적 욕구를 인간은 갖고 있다. 그리고 일단 집을 지어서 마을을 유지하면 나중에 누구라도 들어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할 수 있다. 살던 집을 제대로 복원하면서 정부 발표대로 「마을 단위 복구·재생 사업」을 전개해 가면서 말이다.
일단 집을 제대로 복원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보자. 인건비를 제외하고 피해지역에서 주택 한 채를 짓는 비용을 평당 800만 원으로 잡을 수 있다고 한다. 20평 기준 1억6천만 원 규모다. 국가에서 약속한 1억 원을 제외하면 6천만 원이 더 필요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부담 능력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자부담 능력 0원에서 6천만 원을 전제로 한 새로운 민간 참여가 필요한 시기다. 복지국가는 국가복지만으로 만들 수 없다. 국가가 1억 원 책임진다면 나머지는 민간 참여와 자기책임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경북 의성군 '보나콤공동체' 식의 집 지어주기 자원봉사 운동의 전개와 더불어 6천만 원 범위에서 자기책임과 민간 참여가 만날 수 있는 전국민 모금운동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불탄 교회를 먼저 마을에 우뚝 지으면 집 없는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교회를 외면할 것이다. 그렇지만 교회에서 마을 사람의 집을 우선 지어준다면, 교회에 다니지 않던 사람도 교회를 찾게 될 것이다."
불탄 교회와 사찰, 성당의 복원도 중요하다. 아마도 각 종교계마다 이미 관련 작업 계획을 만들고 계실 것이다. 산불피해 지원 성금도 이미 1천억 원 이상 모였다. 이를 계기로 종교 시설의 복원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모인 성금의 용도를 주택 건축에 집중하는 기획으로, 국가복지에만 의존하지 않는 민간 참여와 자기책임 실천을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의 동시적 전개를 제안한다. 이렇게 한 채 한 채 집을 짓고, 이 집들이 모여 마을을 복구하고 공동체를 만들 때 인구감소지역이라는 명칭이 사라질 수 있는 희망을 품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재훈 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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