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이 봄 / 손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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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은 동시조 흐름이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금방 행복해질 것이다.
어른은 금세 어린이가 되어 가만히 미소 머금게 될 것이다.
봄을 맞아서 기쁨이 넘치기에 이러한 맑은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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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 손증호
장난하듯 이 노옴 하고 아기를 부르면/ 아기는 그럴 줄 짐짓 알았다는 듯/ 다가와 앙증스런 얼굴 강아지처럼 비빈다// 장난치듯 이 보옴 하고 봄을 불러보면/ 봄도 그럴 줄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 아기가 그런 것처럼 가슴에 포옥 안긴다// 여리고 고운 것들/ 눈빛 맑은 고것들이/ 까르륵 까르륵대며 웃으며 뒹굴며/ 겨울을 밀쳐낸 자리, 햇살 가득 퍼 올린다
『다시, 봄』(2025, 작가)
「이 봄」은 동시조 흐름이다. 어린이들이 읽으면 금방 행복해질 것이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어른은 금세 어린이가 되어 가만히 미소 머금게 될 것이다. 세 수 한 편에 동심으로 충만하다. 봄을 맞아서 기쁨이 넘치기에 이러한 맑은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장난하듯 이 노옴 하고 아기를 부르면 아기는 그럴 줄 짐짓 알았다는 듯이 다가와 앙증스런 얼굴을 강아지처럼 비비니 이보다 더 정겨운 일은 없을 터다. 이 노옴이라고 불렀지만 듣기 싫지 않고 친근감이 두둑하다. 놈도 괜찮은데 노옴이라고 길게 빼니 더욱 살갑기만 하다. 다음으로 장난치듯 이 보옴 하고 봄을 불러본다. 봄 역시 반가워서 그럴 줄 진작 알고 있었다는 듯 아기가 그런 것처럼 가슴에 포옥 안겨버린다. 결국 여리고 고운 것들과 눈빛 맑은 고것들이 까르륵 까르륵대며 웃으며 뒹굴며 겨울을 밀쳐내어 버렸다. 그 자리에 이젠 햇살을 가득 퍼 올리고 있다.
손증호 시인의 이번 시조집에 대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사랑의 시학을 완성해가는 따뜻한 마음의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퍽 인간적이고 인상적이다. 첫째 가장 맞춤한 성찰과 고백의 방법적 거점, 둘째 약동하는 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의 기록, 셋째 가없고 아득한 존재론적 기원의 추구, 넷째 사물들의 상호 연관성을 통한 사랑의 시학, 다섯째 애잔하고 투명한 한 시대의 화폭이라고 나누어서 평가하고 있다. 즉 이번 시조집은 구체성과 보편성을 통합하여 원숙한 정형 미학을 이루고 있다고 살핀 것이다. 이어서 그의 정형 미학이 우리 시조시단의 중심이 되어주기를 희원하고 있다. 작품집에 걸맞은 평가라고 생각한다.
까치발 돋우며 시렁 위에 올려놓은 노래에 가락을 싣고 풍진세상 훨훨 넘고 있는 시인의 넉넉한 풍모를 생각하면서 따사로운 마음을 느낀다. 이렇게 시의 샘이 찰찰 넘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린이 마음으로 깊숙이 돌아간 듯하여 부럽기까지 하다.
그는 「봄꿈」에서 아련한 마음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봄꽃 고운 사진 카톡카톡 보내며 그냥 무심한 듯 봄소식을 전합니다. 그대와 함께하고픈 춘홍 가만숨기고. 이렇듯 무심하지 않고, 몹시 유정하다.
시심이 늘 찰랑거리기를 기원하면서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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