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폭주 눈감았든, 못 막았든…최재해 원장 ‘원죄론’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반복해 입길에 오르는 원인으로 유병호 감사위원을 지목하지만, 상황이 악화된 데는 감사원 수장인 최재해 감사원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해 원장은 첫 감사원 출신 원장이란 이유로 감사원 구성원들의 큰 기대를 받으며 취임했다. 최 원장은 행정고시 28회로 감사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기획관리실장, 제1사무차장, 감사위원 등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내부의 기대도 컸다. 누구보다 감사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인 만큼, 정치를 하겠다며 감사원장직을 내던진 법관 출신 최재형 전 원장과 달리 조직 기강과 외부 평판을 바로 세울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기대감이 사라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번번이 감사원을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로 몰아넣으며 조직을 위태롭게 했다.
2022년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 원장은 감사원을 두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존재 목적을 부정하는 발언이었다. 표적 감사 논란도 이어졌다. 최재해 감사원은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두 기관 모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기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에는 소홀했다.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시작된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에서 감사원은 관저 내 증축 건물을 감사 대상에서 누락한 채 감사를 진행했다. 2024년 10월15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선 관저 이전 관련 회의록과 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 야당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겹치며 최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고 석달 넘게 원장 자리를 비웠다. 헌법재판소가 이후 최 원장의 탄핵을 기각했지만 “주심위원의 열람 결재 없이 감사 결과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은 위법하다고 했고, 헌법재판관 3명은 최 원장이 국회 법사위의 현장검증에서 회의록 열람을 거부하는 등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등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반성은커녕 공직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감사원 직원들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유병호 감사위원의 폭주와 타이거파의 전횡을 방치한 것도 최 원장이었다. 그는 감사원의 기관장이지만 유 위원이 선을 넘을 때마다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최 원장이 지난 3월13일 탄핵 기각 결정으로 복귀한 뒤 소집한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각국 수석과장급 이상과 감사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 원장이 헌재가 일부 법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한 대목을 거론하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외부 시각은 다르니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자’는 취지로 말하자, 유병호 감사위원이 최 원장 말을 끊고 ‘대체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이냐’며 따졌다는 것이다.
애초 최 원장은 2017년 3월 관보에 ‘마이너스 5242만원’의 재산 내역이 기재되면서 ‘청빈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원장 재직 기간은 감사원의 ‘암흑기’로 기록될 처지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최 원장은 민주당으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고발까지 당한 상태”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느라 기관장 업무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을 터여서 앞으로 더 걱정”이라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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