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티메프 사태, 외양간은 고쳐지지 않았다

이유지 2025. 5.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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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한 피해자가 지난해 8월 13일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조속한 정산 및 환불, 구영배 큐텐 회장 수사를 촉구하는 검은 우산 집회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100만 원짜리 여행상품 환불금 8,000원.

지난해 7월 불거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피해 소비자가 받게 될 변제액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7일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두 회사에 '미환급 대금을 회생계획안에 포함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회생계획안이 인가된다 해도 피해자들이 받을 일반 회생채권 변제율은 0.8%(최종 인수예정자가 선정된 티몬만 해당)에 불과할 전망이라 실질적 구제라 보긴 어렵다.

10개월여 만의 조치에 피해자들은 잠시 기대했으나 이내 실망했다. 앞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환급 결정도 무력했다. 껍데기만 남은 티메프는 보상능력이 없고, 대부분의 입점업체들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강제성 없는 조정에 응하지 않았다.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 규모는 700억 원, 22만5,000건 수준이다. 남은 건 민사소송뿐. 김용환 피해소비자모임 대표는 "책임질 곳에서 서로 발을 빼는 상황인데다 장기전으로 가니 자괴감만 커진다"고 한탄했다.

떼인 돈이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티메프 입점업체 4만8,000여 곳은 벼랑 끝에 몰렸다. 피해자 연합단체인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 신정권 위원장은 10억 원을 받지 못했다. 그 역시 티몬 회생계획안 변제율 기준으론 800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피해액이 130억 원에 이르는 농산물 업체도 있다. 정부는 긴급 금융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선 사태가 없었다면 '받지 않아도 될' 대출에 '내지 않아도 될' 이자까지 무는 이중고다.

주력 판매처였던 티메프 몰락으로 매출 급감에 신용도까지 떨어져 기존 대출 상환 압박도 거세졌다. 피해업체들은 "관련 부가가치세를 조기 환급해 유동성을 지원한다던 정부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 형사재판은 내년 상반기에나 결론날 전망이고, 버티지 못해 폐업·파산하는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제도 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정산주기를 20일 이내로 단축하고, 판매대금 50% 이상을 금융기관 별도 예치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티메프 방지법(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과 묶여 논의되면서다. 일부 내용이 겹쳐 병합심사한다는 취지이지만, 온플법은 미국 정부로부터 비관세장벽으로 지목돼 민감 사안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제2의 티메프 사태가 터지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만이라도 먼저 논의해달라 요청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했다. 알렛츠, 발란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 잃고도 외양간은 여전한 상황에 피해자 속은 타들어간다. '가장 바라는 것'을 묻자 신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꿈을 품고 창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저희 같은 피해자가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디 재발 방지를 부탁드립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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