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협정, 우크라이나 종전 단초되나 [오늘, 세계]

2025. 5.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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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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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바티칸에서 회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바티칸=AP 뉴시스

지난 4월 30일,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의 광물 협정 체결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의 우선권과 지분을 확보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경제 이익과 자국의 국가 안보가 연계되는 효과를 의도하고 있다. 이번 협정이 이른바 안보-자원 교환 모델의 전형이라 평가되는 이유다.

협정 체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광물 협정은 당초 2월 체결이 예상되었지만 백악관에서 벌어진 두 정상의 공개적 충돌 속에 그 미래가 불투명해진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휴전 주문에도 러시아가 공세를 멈추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지속의 책임을 러시아에 묻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4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단독 회담이 성사되며 광물 협정의 타결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협정은 극단에서 대치하던 두 입장이 절충된 결과물이다. 우크라이나는 작년 10월 '승리 계획' 발표 이후, 자국의 광물 자원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에 안전 보장 확약을 요구해왔다. 반면 미국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 대가로 5,000억달러(720조원) 규모의 광물 제공을 요구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박하였다. 두 요구 모두 수용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거친 줄다리기가 잦아들자 안보 보장이 생략된 공동 투자 기금 설립이라는 다소 완화된 형태의 안보-자원 교환에서 타협이 이뤄진 것이다.

어렵게 성사되었지만 실질적 투자와 협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광물의 경제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문제 때문이다. 구 소련 시절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광물 정보의 신뢰성이 낮고, 상당량의 광물이 러시아 점령지에 위치한다는 제약도 존재한다. 더욱이 광산 개발이 15~20년의 장기 프로젝트임을 감안하면, 현재의 불안정한 우크라이나 정세하에서 투자 유치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광물 협정의 진정한 의미는 결국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냉랭했던 미국-우크라이나 관계가 일부 봉합되었다는 정치적 상징성에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양국 간 장기적 전략적 제휴관계를 확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친러 기조의 조정 가능성도 암시하였다. 어렵게 맞춰진 이 작은 조각 하나가 종전 협상의 단초가 될지 아니면 복잡한 판 속에 묻힐지 주목할 차례다.

김인욱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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