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평가 면제 올 들어 1건도 시행 안 돼... 신약 보급 선순환 확대돼야" [혁신신약 정책 포럼]
제약업계 "건보 부담 실제론 크지 않아
가격 우대로 결국 해외 수출 등 선순환"
학계 "기술 혁신성 보장하되 타협점도"
국회 "전주기적 제도 보완 필요한 시점"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가 올해 들어서 단 1건도 시행되지 않았다. 심사 대상을 정할 때 환자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중증·희소질환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혁신신약 시대,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한 정책 방향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이렇게 호소했다. '경제성 평가 생략'은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할 때,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비용 대비 효과 같은 경제성 평가 분석 자료 제출 없이도 등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다.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약제 접근성을 빠르게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이 제도의 적용을 받기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지만, 실제로는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고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헬스케어혁신부 전무는 설명했다. 이 제도가 지금까지 총 47개의 신약에 적용됐는데, 평균 재정 부담이 약 1개당 27억 원 정도였다는 것이다. 최 전무는 “지난 10년간 건보 재정에서 희소질환 치료제가 차지한 비중은 1.3%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의 선등재 후평가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는 신약을 건강보험에 우선 등재한 다음 일정 기간 내에 경제성 평가를 실시해 약가를 조정하거나 급여 여부를 재평가하는 제도다. 환자단체와 전문가들이 제안했지만, 보건당국은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사실 정부도 고민이 깊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신약들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효과가 명확한 것도 있지만 약효가 애매한 신약도 많다”라며 “치료가 절실한 환자 입장에선 효과가 있다고만 하면 빨리 쓰고 싶겠지만, 건보 재정에 대한 고민도 피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신약들은 특히 혁신적인 첨단기술이 적용돼 가격이 매우 높다. 한 번 쓰는 데 수억~수십억 원이 들기도 하는 만큼 보험 재정 건전성과의 공존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요한 이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이형기 서울대 의대 임상약리학교실 교수는 “많은 분이 제약산업을 제조업으로 여기지만, 정확히는 정보산업”이라고 짚었다. 의약품의 물리적 생산은 부차적인 활동이며, 핵심은 정보 창출과 관리에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을 지식 기반 산업으로 보고 신약의 가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제약·바이오산업의 혁신성을 보장하면서도 어느 정도 사회와 타협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국내 업계도 의약품 가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강형식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위원장은 "신약에 충분한 가치 반영이 이뤄지려면, 평가에서 연구개발(R&D) 투자비를 고려한 약가 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지만, 정작 정부와 약가 협상을 할 땐 R&D 투자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혁신신약의 가격 우대로 R&D를 독려해 해외 수출로 이어진다면 결국 건보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신약개발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허가, 상용화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 진행한 국산 신약 '엑스코프리'는 미국 시장 진출 후 현지에서 약 4,3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정진향 총장은 "환자가 희소질환명을 알게 되면 치료를 위해 한 가정이 무너질 정도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해외에선 통용되는 치료제를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패널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혁신신약의 치료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선 제약업계와 정부, 환자들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지도록 신약 보급이 선순환을 그리며 확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국장은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확대를 위해 제도를 최대한 살피고 있다”라며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희소·중증질환 환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경청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약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금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라며 “혁신신약의 허가부터 사용, 사후 평가까지 전주기적인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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