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에 제자들 만난 70대 스승 ‘특별한 수업’
제자들, 본보 기사 보고 스승 찾아
1975년 서울 동작구 서울강남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던 홍순길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78). 당시 직접 가르쳤던 4학년 2반 제자 5명을 50년 만에 9일 서울 관악구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 만났다.
이들이 만난 건 본보에 실린 ‘아이들에 생명 가르치는 물벼룩 할아버지’ 기사(2016년 8월 23일자)가 계기가 됐다. 동창회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사로 홍 전 교육장을 뽑았던 제자 서경원 동국대 식품·의료제품규제정책학과 교수(61)가 최근 스승의 근황을 알아 보다 9년 전 기사를 발견한 것. 이를 계기로 스승과 제자들 간의 만남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서 교수는 “동아일보에 실린 선생님 기사를 서울강남초 후배가 보내주면서 ‘선생님 아직도 일하고 계신 것 같다’고 알려줬다”며 “기사를 단서로 같은 반 친구들과 작년부터 선생님을 찾았고 드디어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제자들은 당시 선생님보다 나이를 더 먹었다. 50년 만에 제자 5명은 선생님의 생태 수업을 들었다. 홍 전 교육장은 2011년 정년퇴임 후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 생물학습자료 배양 총괄 담당으로 있다. 이날 생물학습자료 재배장에서 제자들에게 물벼룩 심장 관찰, 배추흰나비 애벌레 찾기 등을 가르쳤다.
제자들은 홍 전 교육장의 생태 수업을 들으며 옛 기억을 더듬었다. 홍 전 교육장은 50년 전에도 자연에 관한 관심을 일깨워 주던 교사였다. 국어 교과서에 소양강 댐 관련 지문이 나왔는데,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인솔해 춘천 소양강 댐 현장 학습에 나섰다. 서 교수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동식물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약대에 진학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홍 전 교육장은 매년 2월 새 학급 명단이 발표되면 자신이 맡은 학생 이름과 출석번호를 모두 외워 3월 개학일에 출석부를 보지 않고 출석을 부르는 것으로 유명했다. 홍 전 교육장은 “그때는 한 학급당 학생 수가 지금보다 배 이상이었지만 학생 이름과 출석번호를 모두 외웠다. 지금도 제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출석번호가 먼저 떠오른다”며 웃었다.
홍 전 교육장은 퇴임 이후에도 여러 곤충을 배양·채집해 학교를 위한 생물 학습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배추흰나비 등은 한 달 정도면 아이들이 알부터 성충까지 길러 볼 수 있다”며 “아이들이 직접 작은 생명체를 길러 보고, 생명의 존엄성을 체득하는 것이 인성 교육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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