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집에서] 코스 세팅에 변화가 필요한 KLPGA 투어

이강래 2025. 5. 1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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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코스 세팅으로 메이저 대회 다운 변별력을 보인 지난 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의 대회 코스.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코스를 어렵게 세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보다 코스가 더 어렵다는 게 양대 투어를 뛰어본 선수들의 중론이다. JLPGA투어는 오래 전부터 선수들을 어려운 코스에서 단련시켰다. 이는 투어의 비전과 목표, 수준과 관련이 깊다.

JLPGA투어의 코스 세팅 원칙은 14개의 클럽을 골고루 테스트하는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챔피언을 가릴 수 있으며 선수들의 실력도 향상되고 국제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JLPGA투어의 대회 코스는 전반적으로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 폭이 좁다. 그리고 그린은 빠르고 단단하다. 선수들은 이런 코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샷을 연마해야 하며 대회 기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체력을 길러야 하며 쇼트게임 연습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일본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JLPGA투어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과거 후도 유리나 미야자토 아이 시대의 일본 선수들중 정통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은 승전국인 미국의 모던 스윙을 배척했다.

대신 자신들이 연구하고 개발한 골프 스윙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패전국의 자존심이었지만 그 결과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동 떨어진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오소독스(Orthodox)한 스윙을 한다.

한국의 신지애는 지난 11일 끝난 메이저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 만 37세의 늦은 나이에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일본의 강호들을 물리친 신지애의 집념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신지애는 대한민국 골프를 대표하는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신지애가 한달 전 KLPGA투어를 향해 쓴 소리를 했다. 지난 4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 초청출전했던 신지애는 대회를 마친 후 KLPGA투어를 위한 묵직한 충고를 했다.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신지애의 작심 발언은 KLPGA투어 수뇌부가 새겨들어야 할 값진 충고다.

신지애는 “KLPGA가 과거에 비해 인기는 높아졌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이 느꼈다. 핀포인트 문제가 생겨 코스 밸런스가 잡혀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코스 세팅을 지적했다. 신지애의 말처럼 요즘 KLPGA투어의 대회 코스는 변별력이 별로 없다. 핀 포지션도 평이하며 숏 아이언과 퍼팅 대결로 우승자가 가려진다.

지난 해 KLPGA투어의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선 김수지가 본선 진출자중 유일하게 언더파(-2) 스코어로 우승했다. 당시 선수들은 연습라운드부터 난리가 났다. 대회가 열린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페어웨이 폭 15~20야드에 러프 길이를 10~20cm까지 길렀다. 그린도 단단하고 빨랐다.

우승하기 위해선 볼을 페어웨이에 보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선 힘껏 드라이버를 칠 수 없었다. 정확도가 나은 3번 우드 등 다른 클럽으로 티샷하면 거리가 많이 남아 레귤러 온이 어려웠다. 그린을 놓칠 경우엔 그린 주변 러프도 길어 아이언샷을 칠 때의 압박감도 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수들의 짜증과 좌절은 극에 달했다.

대회 개막 전 KLPGA 경기위원회에선 러프 길이를 8cm로 줄이자고 제안했으나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려운 코스에서 경쟁해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게 메이저 대회였기 때문이다. 경기위원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러프 길이를 줄여줬어도 코스 난이도에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신지애의 지적처럼 코스 세팅과 관련해 개선책이 필요한 게 KLPGA투어의 현주소다.

신지애의 지적을 더 들어보자. 신지애는 “KLPGA투어는 뼈대는 허약한데 살집만 키운 느낌“이라며 ”KLPGA 투어 선수들은 개성이 없다. 비슷한 골프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 부분도 경기 운영의 부족함이 가져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코스 컨디션이나 세팅 난이도 등이 높아진다면 선수들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해외 대회에서 일본 선수들을 만나 함께 경기할 때 놀라는 것은 러프에서의 기술 샷이다.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골프존의 성시우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러프에서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샷을 일본 선수들은 어렵지 않게 한다”며 “일본 선수들은 러프에서 고탄도의 샷을 만들어 그린에 안착시키는 샷을 한다. 이런 차이는 자국에서의 코스 세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코스에서 경기하다 보면 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짧은 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JLPGA투어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치밀한 계획 아래 강력한 리더십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선수들의 반발이 있다고 해서 코스를 평이하게 유지하는 것은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이다.

새롭게 KLPGA를 이끌고 있는 김상열 회장은 협회를 떠나 있는 동안 KLPGA투어의 문제점에 대한 연구를 충실히 한 느낌이다. 취임하자 마자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족쇄를 과감하게 푸는 조치를 단행해 ‘앞으론 KLPGA가 제대로 돌아가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했다.

김 회장께 코스 세팅 개선을 위한 TF팀을 출범시킬 것을 제안한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권장하는 개혁 조치를 취했으니 이젠 ‘나가서 잘 칠 수 있는’ 경쟁력까지 강화할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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