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사이… 교황 드레스 코드에 담긴 ‘힌트’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레오 14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배경에 진보·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가톨릭 교회의 고민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의 옷차림 역시 전통과 격식을 존중하면서도, 전임 프란치스코의 개혁적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레오 14세가 지난 8일 선출 직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옷차림에 그런 특징이 드러난다. 교황은 당시 진홍색 모제타(mozzetta·어깨를 덮은 짧은 망토)에 금실로 수놓은 붉은 영대(領帶·목에 걸치는 띠), 금색 십자가 목걸이를 착용하고 대중에게 인사했다.
2013년 3월 선출된 프란치스코가 첫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제타와 영대 없이 흰 수단(사제복)에 철제 십자가만 착용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교황권을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 역시 프란치스코는 은색을 선택했지만 레오 14세는 금색을 착용했다.

레오 14세의 옷차림은 베네딕토 16세, 요한 바오로 2세 등 선대 교황들의 첫 인사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영국 더타임스는 “전통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교회 내 보수층을 의식한 옷차림”이라고 분석했다. 프란치스코는 50달러(약 7만원)짜리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착용하며 ‘청빈’을 강조했지만, 레오 14세는 애플워치를 찬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스타일’을 계승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교황만 신을 수 있는 붉은 구두 대신 검은 구두를 선택한 점이 우선 그렇다. 지난 11일 첫 삼종기도 때는 흰 수단과 은색 십자가만 착용하고 대중 앞에 섰다. 역시 프란치스코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이었다. 8일 시스티나 경당에서 집전한 미사 때도 프란치스코처럼 흰색 제의와 간소한 주교관을 착용했다.
바티칸 안팎에선 레오 14세가 선대 교황들의 ‘전통’과 전임 프란치스코의 ‘개혁’ 코드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균형을 잡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전 프란치스코는 서명에 교황만 덧붙일 수 있는 표현 ‘PP(Pastor Pastorum·목자들의 목자)’를 쓰지 않았으나 레오 14세는 이를 되살렸다. 가톨릭 사제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했던 프란치스코와 달리 과거 교황들의 관저였던 ‘사도 궁전’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면서도 레오 14세는 교황 공식 문장에 주교 시절부터 사용했던 ‘그 한 분 안에서 하나’라는 사목(司牧) 표어를 넣었다. 교황이 되면 표어를 쓰지 않는 관례를 깨고 자신의 표어 ‘자비로이 부르시니’를 넣었던 프란치스코의 ‘파격’을 레오 14세가 바로 계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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