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이코일까? ‘미친 소설’의 습격

황지윤 기자 2025. 5. 1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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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말 ‘피폐 소설’ 7편 발굴해 엮어
'퍼니 사이코 픽션'을 엮어 펴낸 박혜진 문학평론가. /장련성 기자

감히 어둠의 심연을 들춘다. 무해한 콘텐츠가 인기인 요즘, 그 경향을 과감히 거스르는 책이다.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편집자인 박혜진 문학평론가가 엮은 ‘퍼니 사이코 픽션’(클레이하우스)은 ‘맛이 간’ 사이코들 이야기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중반 쓰인 ‘피폐 소설’ 7편을 발굴해 실었다. 송경아의 ‘정열’, 김이태의 ‘식성’, 안성호의 ‘나비’, 이평재의 ‘마녀물고기’ 등. 유통 기한은 지났으나, 소비 기한이 남은 소설로 ‘사이코 뷔페’를 차린 듯하다.

불안, 붕괴, 혼란…. 책은 세기말적 감수성으로 요동친다. 제대로 미친 인물이 등장한다. 상식의 범주를 한참 넘어서는 이들의 뒤틀린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PC(정치적 올바름) 담론이 세상을 주무르기 전에 나온 소설들답다. 각 단편 뒤에 붙인 해설이 있기 망정이지, 선(線) 넘을까 아슬아슬하다.

박혜진 평론가는 “불안과 우울이 더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오늘, 과거에서 온 이 소설들은 현재에 쓰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재적으로 인간의 심연을 증언한다”고 했다. “이상한 사람 안에 평범한 사람이 있고, 평범한 사람 안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 그 둘은 종종 구분되지 않는다. (…) 현대인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여전히 유효하고 절박한 질문을 던진다.”

/클레이하우스

미간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러다 어느 틈엔가 실없이 터진 웃음에 화들짝 놀랄 것이다. 나 왜 웃었지? 나 미쳤나? 오스스 소름이 돋는다. 엮은이가 서문에 쓴 말이 메아리친다. “그거 알아? 당신도 맛이 간 거?” 책 제목의 ‘퍼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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