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26. 설악산 귀때기청봉 털진달래

매년 이맘때, 한국의 고산(高山)을 곱게 물들이는 꽃이 있습니다. 털진달래입니다. 어린 가지와 잎 옆면에 보송보송 솜털이 나 있는데, 무리 지어 피어나면 산등성이 전체가 붉은 융단을 깐 듯 장관을 이룹니다. 한라산과 지리산 등 고산 지대에 자생하는 토종 꽃인데, 강원도에서는 설악산 귀때기청봉이 유명합니다.
해발 1578m, 귀때기청봉은 대청, 중청, 소청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고봉으로 통하죠. 멀리서 보면 마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뚝 솟아오른 산세가 일품이어서 최고의 고산 조망터로 꼽힙니다. 귀때기청봉 비탈 능선에 올라서면, 설악산 최고봉 대청봉(1708m)이 손에 잡힐 듯 위용을 뽐내고,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서북능선 등 설악이 자랑하는 암릉군이 용틀임하듯 굽이칩니다.
그런 고산의 비탈이 꽃밭으로 변한 황홀경을 목도하는 것은 산정에 오른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개화 시기가 또한 절묘합니다. 5월 중순 입산 통제가 해제되는 시기와 맞물려 만개하기 때문에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는 산객(山客)들을 환영하는 꽃 물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설악산 입산 통제가 끝나는 첫 주말에는 때맞춰 붉은 봄꽃의 향연을 보려는 발길이 전국에서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집니다.
군락지는 귀때기청봉 피라미드 경사면의 사방에 드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이따금 바윗돌까지 들어 옮길 듯한 거센 강풍과 비바람 악천후에 고스란히 맞서야 하는 고산의 급경사 비탈면에서 어떻게 이렇게 앙증맞은 꽃이 무리 지어 피어날 수 있는지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겨울 삭풍을 이겨낸 설악의 봄을 단장하기 위해 신이 점지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붉은 물감을 흩뿌린 듯 온통 선홍빛으로 물든 귀때기청봉 비탈면에 서서 일망무제 설악의 비경을 눈에 담는 것은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런데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듯이 털진달래를 만나는 길도 만만찮은 고행을 감내해야 합니다. 한계령 정상의 휴게소를 들머리로, 최단거리 이동을 해도 편도 3.9㎞, 거의 10리에 가까운 가파른 비탈길 등산을 해야 합니다. 더구나 털진달래 군락지에는 거대한 너덜바위 지대가 버티고 있습니다. 귀때기청봉 너덜바위 지대는 국내 최대 규모에 속합니다. 거의 1㎞에 달하는 가파른 경사면을 크고 작은 바윗돌이 뒤덮고 있습니다. 스스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구간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느릿느릿 신중해야 하는 구간이 있어 쉬엄쉬엄 털진달래를 더 오래 감상할 수 있다고 하면, 그 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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