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악과 클래식의 대화 ‘사색사계’가 관객 품으로

이채윤 2025. 5.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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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계’ 필름콘서트
도립국악관현악단·강릉시향 공연
빌어 아뢰다·사계 등 연주 돋보여
미디어아트 대관령 등 풍경 담아
▲ 지난 10일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창환)이 미디어아트×국악&클래식 ‘강릉, 사계’ 필름콘서트에서 해금 협주곡 ‘추상’을 연주하고 있다.

한식과 양식의 조리법이 다르듯 국악과 양악은 음계가 다르기 때문에 전개 방식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 서양 클래식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국악관현악은 조금 더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레퍼토리를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의 음악을 한 공간에서 대면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기에 강릉아트센터와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의 또 한 번의 협업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발표 300주년을 맞은 비발디의 ‘사계’가 이들을 연결하는 재료였다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강릉의 사계절을 배경으로 국악과 양악의 각기 다른 매력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지난 10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미디어아트×국악&클래식 ‘강릉, 사계’ 필름콘서트에서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과 강릉시립교향악단은 저마다의 힘을 뿜어냈다.

1부는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이 무대에 올라 강릉의 사계를 전통에 기반한 국악으로 표현했다. 세월의 흐름과 인생의 덧없음을 사계절을 통해 그린 국악관현악 ‘사철가’를 첫 무대로 드라마 ‘정년이’의 음악감독이자 이날치 밴드의 원년 멤버인 소리꾼 권송희가 함께 했다.

권송희 소리꾼은 “인생의 무상함을 담은 이번 곡을 자주 선보여왔는데 관객들과 함께하니 반갑고 다른 의미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춘무’는 봄의 정취를 대금 소리와 다양한 현악기의 조화로 표현했다. 타악 전통연희집단 푸너리가 협연자로 참여한 동해안별신굿 축원을 주제로 한 ‘빌어 아뢰다’는 신명나는 타악과 이를 뒷받침하는 국악관현악단의 호흡이 어우러졌다. 기승전결이 명확한 구조로 장구 등 단단하고 현란한 타악과 존재를 잃지 않는 관현악단의 합이 인상적이었다. 강은일과 함께 선보인 해금 협주곡 ‘추상’은 원숙한 표현력으로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며 독주자와의 매끄러운 대화를 끌어냈다.

▲ 지난 10일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김창환)가 미디어아트×국악&클래식 ‘강릉, 사계’ 필름콘서트에서 국악관현악 ‘사철가’를 연주하고 있다.

국악관현악 ‘겨울’의 일렉기타는 피아노와 함께 굉음을 내뿜었다. 겨울 풍경을 묘사하는 동시에 내면의 힘을 끌어올리는 듯한 연주가 별미였다. 그들의 연주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향한 희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기타가 리드하되 모두가 자신만의 숨결을 잃지 않았다. 밴드 성향의 스타일을 접목해 조금 더 친숙한 모습으로 악단의 호흡과 저력을 보여주려는 김창환 지휘자의 의도가 드러난 대목이었다. 다만, 국악기를 이용한 클래식 정공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았다.

김창환 예술감독은 “클래식과 국악 관현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계의 느낌을 의도했다”며 “식상한 부분에서 벗어난 시도로 내년에 선보이게 될 새로운 도전의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10일 강릉시립교향악단(상임지휘자 정민)이 미디어아트×국악&클래식 ‘강릉, 사계’ 필름콘서트에서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연주하고 있다.

현악 단원으로 구성된 강릉시립교향악단은 2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협연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다. 신지아를 필두로 한 강릉시향은 각 계절의 분위기를 담은 서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지휘자 없이 신지아가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스탠딩 형태로 공연을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봄’에서는 생명이 태동하는 따뜻함을 시작으로, 목가적인 풍경을 역동적이면서도 노련하게 풀어냈다.

‘여름’에서는 신지아가 하늘을 가르는 번갯불과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자신감 있는 활의 움직임으로 천둥의 강렬함과 현악기만의 쾌감을 선사했다. ‘가을’은 신 바이올리니스트의 주도로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잔칫날 분위기를 재현했다.

‘겨울’은 세찬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발걸음을 생동감 있게 그리는 동시에, 난롯가의 포근한 느낌을 살렸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길과 바람을 활의 울림으로 구현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편 이날 공연은 다채로운 미디어아트가 연주와 함께 펼쳐져 정서적인 몰입을 도왔다. 국악 관현악엔 각 노래와 어울리는 배경이 배치됐고, 비발디의 사계에는 대관령 풍경과 경포해변 등 강릉의 풍경을 담긴 영상을 함께 선보였다. 김진태 도지사와 지역 관객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원도립예술단과 강릉시향, 강릉아트센터는 또 한번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7~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단오, 봄의제전’은 강원도립무용단과 강릉시향의 무대로 진행된다. 이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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