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억칼럼] 판사 손에 좌우되는 한국 정치
김문수도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 왜곡
법원에 국정 휘둘리면 혼란 가중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서 비롯된 21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대선 이상으로 논란의 연속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원내 제1당의 유력 대선 주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제2당은 우여곡절 끝에 후보 등록일에야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했다. 이 같은 대혼란의 원인 중 하나로 ‘정치의 사법화’를 빼놓을 수가 없다. ‘정치의 사법화’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막장이라고 불렸던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정당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법원을 찾아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다. 김문수 후보는 당 지도부가 자신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려고 하자, 법원에 후보자 취소 가처분을 신청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서울고법의 이 후보 파기 환송심 첫 공판기일 연기, 서울남부지법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 등 최근 정치의 주무대는 법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자초한 일이다.
정치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법정을 찾는다면 민주주의는 왜곡되고 사법 만능시대를 부를 것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민주당의 빈번한 탄핵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정치문제를 정치로 풀지 못해 빚어진 사태다. 오죽하면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30여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며 “정치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일갈했을까 싶다.
‘정치의 사법화’는 22대 국회 들어 눈에 띄게 심해지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5개 재판을 받는 민주당 이 대표가 한국 정치의 주역이 되면서 ‘정치의 사법화’는 최고조에 달했다. 윤 정부 출범 후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은 무려 31건에 달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간 발의된 탄핵 건수 18건과 비교하면 최근 얼마나 탄핵안 발의가 남발됐는지 잘 드러난다.
정치의 사법화는 필연적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낳는다. 사법의 정치화는 사법부가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적 관점에 따라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사법체계가 제 기능을 하려면 재판 대상이나 판사, 법원과 관계없이 일관성 있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법부는 판결이 예측 불가능하게 뒤바뀌면서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이처럼 사법이 정치화되면 사회적 갈등 해소라는 사법부의 본래 기능은 실종되고 오히려 극단적 혐오와 분열만 증폭시킨다. 국민 10명 중 4명이 헌재를 불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막으려면 정치권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게 시급하다. “타협을 원하지 않는 이는 민주주의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정치의 사법화를 최소화하려면 정치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여야가 대화하고 타협하고, 고소·고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이 법원과 검찰에 휘둘리면 나라는 그만큼 혼란해진다.
박창억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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