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나는 기계다

2025. 5. 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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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힘든 일을 겪은 한 친구가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요즘은 생각을 버리려 애써 바보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 때문에,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때문에 괴로워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생각을 버리려 애를 쓴다는 말이, 마음을 다해 노력한다는 말이 나로 하여금 퍽 여러 생각을 하게 했지만, 실상 그만한 해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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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기
얽힌 삶을 풀어내는
 
여러 요리 중의 하나
 
 
 
삶이 힘들 때는
 
기계가 되는 게 좋다……
 
 
 
기계, 딱 그것 말고, 기계
 
 
 
말랑말랑한 감정과 참고
 
뒤집어엎을 수 없는 정념이
 
끈끈하게 흘러……
 
베어링에나
 
맞비벼 열나는
 
마모되는 접속 운동의
 
윤활제가 되는……
 
 
 
인간, 딱 그것 말고, 인간
 
 
 
(하략)
 얼마 전 힘든 일을 겪은 한 친구가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요즘은 생각을 버리려 애써 바보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 때문에,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 때문에 괴로워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생각을 버리려 애를 쓴다는 말이, 마음을 다해 노력한다는 말이 나로 하여금 퍽 여러 생각을 하게 했지만, 실상 그만한 해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스스로를 기계라고 생각해 버리기.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는” 정념, 때때로 끈끈하게 흘러넘치는 이것을 기계의 부드러운 동작을 위한 윤활제 정도라고 상정해 버리기. 나의 베어링은 지금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을 버리기 위한 생각.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 결국 인간. 인간이므로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면, 대신 주문을 걸듯 잠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기계다……”. “이것은 기계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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