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을 펼친 사람들] ③ 주징청 대동할매국수 대표

주징청 대동할매국수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초록우산 로고를 펼쳐 보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까지 챙긴 창업주 고모 귀감
가업승계 받으며 국수맛·마음가짐 배워
초록우산과 월 1만원 정기후원부터 시작
보호아동·자립준비청년·마을주민 지원
고액기부자 모임 ‘그린노블클럽’ 가입도
“나눔은 좋은 사회 만드는 선순환 구조
선한 마음 베풀면 세상은 더 좋아질 것”
◇고모로부터 이어받은 2대 할매의 무게= 김해시 대동면에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국숫집이 있다. 매일 점심시간만 되면 가게 앞으로 대기 줄이 국수처럼 길게 이어지는 곳이다.
지난 1959년 문을 연 대동할매국수는 60년 동안 주동금 대표가 1대 할매로 주방을 지켰다. 현재는 조카딸인 주징청 대표가 2대 할매로 멸치육수에 기반한 국수 맛을 책임지고 있다.
대동할매국수는 1959년 시작 때부터 나눔과 함께했다. 주 대표는 사정이 어려운 사람에게 공짜로 국수를 나눠줬다는 고모와 단골손님의 말을 기억한다. 국수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고모만의 철학이었다. 2017년 8월 가업을 승계받고 2년간 오로지 물국수에만 신경 썼던 것도 이러한 이유다.
“오랫동안 외식업을 했지만 고모님의 국숫집을 이어받는 걸 쉽게 생각할 순 없었어요. 깊은 맛과 넓은 마음가짐이 흔들리지 않도록 곁에서 계속 배우고 다잡았어요.”
가게에는 음료수나 그 흔한 커피 자판기도 없다. 국수와 육수로 목을 축이고 부족하다면 인근 카페를 이용하라는 의미다. 때문에 가게 주변에는 카페가 많다. 모두 주 대표와 관련 없는 타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대동할매국수는 체인점 또한 운영하지 않는다. 마을주민과의 상생이 최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업을 이어받으면서 도로와 가까운 현재 위치로 이전했어요.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다면 카페나 체인점도 같이 운영했겠죠. 하지만 제가 고모님께 배운 건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긴 국수 만드는 법뿐이에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잘해주셔서 마을 전체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다고 생각해요.”
대동할매국수는 지난 2019년 김해시 1호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가게가 있는 골목은 국수거리로 지정돼 10개 내외의 국숫집이 영업 중이다.
◇점점 커지는 나눔의 영역… “돌고 돌 것”= 주 대표의 나눔은 주변에서 시작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처음은 직원들의 복지나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초록우산과도 2017년 1만원 정기후원부터 시작했다.
“지구는 둥글어요. 이곳에서 위아래로 가면 계절이 바뀌고 옆으로 가면 밤낮이 바뀌어요. 상황과 환경이 바뀔 뿐 모두 이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먹고사는 기본만 되면 주변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웃이 평안해야 저도 평안해지니까요.”
사업을 이어갈수록 나눔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마을에서 지역으로, 지역에서 나라, 더 나아가 세계로 향한다. 경상권 대형산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도 관심을 가지고 성금을 보냈다. 작년에는 초록우산 고액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했고, 경남도 사회공헌자 베풂 부문 유공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된 관심은 지역과 아이다. 특히 보호대상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관심이 크다. 후원을 시작하면서 가게를 찾아오는 아이에 대한 관심도 더 커졌다.
주 대표에게 나눔의 멘토는 대동면 출신인 손병철 초록우산 경남동부후원회 회장이다. “손 회장님 주도로 30년 넘도록 마을 주민들을 위한 잔치를 열고 있어요.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자는 마음에서 나눔을 실천하게 됐고요. 시작은 잔잔했지만 기쁨은 컸어요.”
주 대표는 나눔을 ‘자연’이라면서 “손님들이 가게에 전한 사랑을 다시 세상에 보내는 과정”이라 풀어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의 행복에 만족하는 마음과 우리 모두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바탕이 된다.
“국수를 만들어 손님들을 대접하고, 번 돈으로 재료를 사서 다시 국수를 만들어요. 이 단순한 수익 구조는 상생과 공존으로 이뤄진 자연과 닮아 있어요. 돌고 돌아 더 나은 미래로 향한다고 생각해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사회로부터 관심을 받아 수익을 올렸다면 다시 사회에 베풀어야 해요. 그런 선순환 속에서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 확신해요.”
경사스러운 잔칫날 먹는 음식인 국수는 장수와 행운을 상징한다. 주 대표는 대동면에서 시작된 할매국수의 선한 기운이 멀리멀리 퍼지고, 돌고 돌아 자신과 마을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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