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이탈리아 최고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 감독 선임

지휘자 정명훈(72)이 이탈리아 오페라 최고의 명가인 밀라노의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이 극장이 12일 밝혔다.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는 240여 년 역사의 명문 극장으로 작곡가 베르디와 벨리니, 로시니와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들이 초연된 곳이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들만 살펴봐도 정명훈이 맡는 감독의 무게감을 확인할 수 있다. 벨리니의 ‘노르마’(1831년), 베르디의 ‘나부코’(1842년)와 ‘오텔로’(1887년), 푸치니의 ‘나비 부인’(1904년)과 ‘투란도트’(1926년) 등이 모두 이 극장에서 빛을 보았다. 사실상 내년 말부터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갓집’을 이끌게 된 것이다. 라 스칼라 극장은 “정명훈은 밀라노의 오페라 관객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음악가 가운데 하나이며 음악 감독을 제외하면 우리 극장의 세계적 명성에도 가장 많은 공헌을 한 지휘자”라고 평했다.
음악 감독은 극장에서 공연할 작품 선정부터 단원 선발까지 말 그대로 음악적 부문을 총괄하는 중책이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와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무티와 다니엘 바렌보임 등 당대 최고의 지휘자들이 이 직책을 맡았다. 정명훈은 현 음악 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말부터 극장 감독을 맡을 예정이라고 라 스칼라 측은 밝혔다. 아시아 지휘자로는 처음이다.
정명훈은 지난 1989년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이 극장에서 오페라 9편을 84차례 지휘했다. 이 밖에 141회의 음악회에서도 지휘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이어 갔다. 라 스칼라 극장은 역대 음악 감독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출연 횟수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에는 정명훈을 오케스트라 명예 감독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 역사상 명예 지휘자로 위촉된 것도 정명훈이 처음이자 유일한 경우다.
정명훈은 냉전 당시인 1974년 구(舊)소련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피아니스트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탈리아 오페라 명지휘자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를 사사하면서 지휘자로 전업했다. 스승인 줄리니 역시 라 스칼라 감독(1953~1956년)을 역임했기 때문에 ‘사제(師弟) 음악 감독’의 기록도 작성하게 됐다. 정명훈은 36세 때인 1989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되면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도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향 등을 이끌었다. 영국 음악 칼럼니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는 “정명훈은 라 스칼라 극장 단원들에게도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었다. 유일한 장애는 이탈리아인이 아니라는 점이었지만, 결국 어떤 반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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