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갇혀 있지만…아가야, 너와 팔레스타인 어린이 위해 싸울게”

“아가야, 너를 품에 안고 첫울음을 듣지 못해서, 너의 꼭 쥔 작은 주먹을 펼쳐주지 못해서, 네 첫 기저귀를 갈아주지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프단다. 네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너의 귀에 기도를 속삭이지 못한 것도 정말 미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구금시설에 갇힌 마흐무드 칼릴이 3주 전 태어난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칼릴은 미국 루이지애나 구금시설에서 보낸 편지를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을 통해 공개했다. 컬럼비아대 졸업생이자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칼릴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며 전쟁범죄를 비판하는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3월8일 체포돼 옥중에서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출산 접견을 위해 칼릴이 신청한 임시 석방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칼릴은 아들 ‘딘’의 탄생 소식을 전해 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4월21일 새벽, 네 어머니가 너를 세상에 데려오기 위해 진통하는 동안 전화기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아픈 숨소리를 들으며 잡음 섞인 전화선 너머로 위로의 말을 건네려 애썼다”며 “네가 처음 이 세상에 온 그 순간, 나는 팔에 얼굴을 묻고 목소리를 낮췄다. 이 방에서 함께 자던 70명의 남성이 젖은 눈,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않게 하려고”라고 적었다.
그는 “그날 이후 난 이 구금시설 안 모든 아버지의 눈빛에서 같은 감정을 알아봤다”며 “미국 정부의 변덕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처음’들이 희생돼야 하는지 생각한다”고 했다.
칼릴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과 비극을 언급하며 아들을 도닥였다. 그는 “우리가 떨어져 느끼는 슬픔은 팔레스타인 가족들이 세대에 걸쳐 잠겨온 슬픔의 바닷속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며 “팔레스타인에서는 이런 고통이 일상 속 일부이며, 매일 아버지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버지들은 스스로 떠나지 않았다. 전쟁과 폭탄, 감옥의 벽, 그리고 냉혹한 전쟁 무기가 그들을 빼앗아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에게 “네가 이 글을 읽게 될 때 내가 어디에 있든, 한 가지 교훈을 깊이 새기길 바란다”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짊어지는 의무이자 명예”라고 했다. 이어 “미국 시민으로 태어난 너는 그런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지만, 네가 그 특권을 타인을 멀리하는 데 쓰지 않고, 나를 억누른 상황 속에 있는 이들을 구하는 데 쓰길 바란다”고 했다.
칼릴은 “아들아, 너에 대한 내 사랑은 내가 지금까지 알았던 그 어떤 것보다 더 깊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곧 해방”이라며 “나는 너를 위해, 안전과 다정함과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위해 싸운다”고 했다. 이어 “언젠가 네 아버지가 무관심해서 떠난 게 아니라, 신념 때문에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걸 알아달라”고 했다.
칼릴은 지난달 11일 루이지애나주 이민법원에서 패소했다. 이민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칼릴을 추방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칼릴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국무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종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이민법원의 판단을 두고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ICE 체포·구금의 위헌성을 따지는 별도 재판도 뉴저지주 연방법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뉴저지주 연방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칼릴 추방 계획의 법적 선례를 상세히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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