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것은 문이 아닌 인생’ 청평사 회전문
[KBS 춘천] [앵커]
강원의 정신이 깃든 유산을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순섭니다.
삶과 죽음은 이어져있다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춘천 청평사에도 남아있는데요.
바로 회전문입니다.
이름대로 이 곳을 지나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요?
김문영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오봉산 품에 안긴 천년 고찰 청평사.
연등 따라 걷다 보면, 계단 위 우뚝 선 세 칸짜리 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조선 명종때 보우스님이 재건한 '회전문'입니다.
["(공주가) 여기 회전문을 거쳐서 들어왔죠. 들어왔는데 마침 절에서 가사불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문은 돌거나 움직이지 않습니다.
돌고 도는 건 오히려 이 문을 지나는 중생들이란 걸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이 문은 악연의 고리를 끊어 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지닙니다.
설화 속에서 공주를 사랑해 그 몸을 옭아맸던 상사뱀도 이 문은 지나가지 못하고 죽었다고 전해집니다.
[묘담스님/청평사 주지 : "우리가 아수라판이라 그러잖아, 수라중생은 싸움을 좋아하는 중생이다. 살아있을 때의 욕심 때문에…. 욕심을 내고 그칠 줄 모르면 아귀로 태어난다고 해요. 회전한다는 것은 뭔가 한번, 운명이 윤회를 뒤집는다는 것이지."]
회전문이 지닌 건축사적 의미도 큽니다.
수백 년 세월, 용맹한 용이 처마를 받치고 있고, 단순하지만 간결한 맞배 지붕이 감싸고 있습니다.
경사면 좁은 대지 위 위계를 갖추고 선, 청평사 회전문은 고려시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며, 1963년 국가보물로 지정됐습니다.
청평사 전체가 오랜 시대의 변화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궁궐의 후원을 받아 큰 사찰로 성장했지만 조선시대엔 유교의 문화를 흡수해 숭유억불정책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회전문 등 사찰 일부가 해제되기도 했지만, 1900년대 후반 수리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묘담스님/청평사 주지 : "보물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에 그 시대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가 중요하니까 누구든지.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그것을 원력으로 생각하면 이 곳을 지나면 회전문을 지나면 내 운명이 바뀔 수가 있다."]
세상의 인연을 잊게 한다는 청평사 회전문.
돌고 돌아 다시 만난다는 진리를 품은 채 우리 곁에 열려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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