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여름 수박- 노현태(경남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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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여좌천에 만개했던 벚꽃이 어느새 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그렇듯이 올여름은 가장 더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여름,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는, 그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공장을 벗어나,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직원들과 먹는 수박은 정말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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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여좌천에 만개했던 벚꽃이 어느새 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그렇듯이 올여름은 가장 더운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지켜온 원칙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을 존중하고 둘째, 무더운 여름이 되면 직원들과 수박을 나눠 먹는 것이다.
회식을 자주 하거나, 직장상사나 동료가 너무 친해지려 하면 꼰대로 취급받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수박 나눠 먹기라니. 젊은 친구들은 다소 거부감이 들고 이래서 중소기업에 취업하기 싫다는 말이 오갈 수도 있다. 이게 중소기업의 복지라는 우스갯소리로 인터넷 게시판을 뒤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K-드라마와 K-POP으로 소개되기 이전, 세계인들이 가장 먼저 찾은 한국인의 특성은 정(情)이다.
버스 안에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있는 학생을 보면 대신 들어주고, 더운 여름날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해 시원한 물을 건네주고, 이웃을 보면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은 나눠 먹던 것이 우리네 정이다.
사회가 변화하며 이런 모습을 쉽게 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모든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사람을 향한 따스한 정이 남아 있으리라 본다.
한여름,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는, 그 어느 곳보다도 뜨거운 공장을 벗어나,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직원들과 먹는 수박은 정말 꿀맛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지리산 산청 계곡에서 갓 꺼내온 수박을 즐기는 기분이다. 또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담소는 나에게 활력을 주고, 어떻게 하면 우리 직원들이 가족과 더 행복할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여름밤 툇마루에 앉아 옥수수를 나눠 먹으며 시시콜콜한 얘기에도 까르르 웃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만들며,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에게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되지만 무관심은 병을 만든다. 맛있게 익어가는 함안 수박을 쩍 소리가 나도록 가르며, 한자리에 모인 동료와 이웃과 그리고 가족과 얘기를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햇볕이 내리쬐는 함안 수박 밭에서 올여름 나기를 생각하며, 직원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생각에 벌써 기쁘다.
노현태(경남중소기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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