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버팀목 향토기업] ICT·AI·바이오까지… 30년간 연구개발로 시장 개척

이태희 기자 2025. 5. 12.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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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밸브산업 제조 1위 굳건
발사체·가스용 밸브 등 개발
국내·외 최우수 기술력 인정
기부 활동 등 지역 상생 실천
삼진정밀

지난 1991년 대전 대덕구 대화동 대전산업단지에서 시작된 삼진정밀은 현재 전국 밸브산업 제조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대표 향토기업 중 하나다. 삼진정밀은 300여 개의 관련 특허와 기술 인증을 보유한 업계 대표 기업으로, 국내 물산업용 밸브 점유율 6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우주 분야까지 기술력을 뻗어나가고 있다. 끝없는 연구개발로 시장을 개척해 온 삼진정밀은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우뚝 서고 있다.

지난 1991년 대전 대덕구 대화동 대전산업단지의 작은 공장에서 시작된 삼진정밀은 현재 전국 밸브산업 제조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전 지역 대표 향토기업 중 하나다. 삼진정밀 대구경 수치 제어 공작 기계 모습.  삼진정밀 제공

◇업계 최고의 기술력 자랑하는 향토기업=삼진정밀이 밸브 업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엔 최고의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삼진정밀은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기술혁신으로 제수밸브와 버터플라이 밸브, 밸브실, 컨트롤밸브, 공기 밸브, 볼밸브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삼진정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4000㎜ 대구경 밸브를 생산하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대구경 밸브의 수요는 높지 않지만,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체 생산에 나섰다.

자체 개발의 노력으로 삼진정밀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도 참여했다. 극한의 로켓 추진체 연료 공급에 견딜 수 있는 초고압·초저온 볼밸브를 제작해 나로호·누리호에 공급한 것이다.

로켓 추진체에 사용되는 연료는 고체와 액체로 나뉘는데, 액체 연료의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적정량의 연료를 추진체를 도달시키는 과정에서 가해지는 공급라인 내부 압력이 2500파운드에 달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주로 사용하는 만큼, 영하 196도의 내부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진정밀은 극한의 환경을 버틸 수 있는 볼벨트를 개발, 우주발사체 성공에 일조했다.

삼진정밀은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인 오일-가스용 밸브 제조에도 뛰어들기도 했다. 미국과 중동 등 해외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다. 오일-가스용 밸브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삼진정밀의 끝없는 연구개발에 고압력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밸브가 완성됐다.

고효율 용존 공기 부상장치 모습. 삼진정밀 제공

◇밸브 산업에서 환경시스템 분야로=밸브 제조에 집중해 왔던 삼진정밀은 환경시스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능형 상수관망 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능형 상수관망 관리시스템은 유무선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실시간 원격 계측 제어를 통해 유수율 관리 및 수압 조절은 물론 압력·유량·전원 등의 비상 알람 기능도 수행한다.

고효율 용존 공기 부상장치도 삼진정밀의 개발 제품이다. 미세공기방울을 생성시켜 수중의 부유물질을 제거하는 용존 공기 부상법을 이용, 녹조류와 입자성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삼진정밀이 자랑하는 분야는 수도용 정밀여과장치다. 수도용 정밀여과장치는 수돗물이 아파트 등 다중이용시설까지 도착할 때 발생하는 깔따구 유충이나 미세 입자성 오염물질들을 물리적으로 여과해 제거하는 장치다.

디스크 필터와 마이크로 필터로 구성된 2단계 여과장치는 상수관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역세펌프 없이 수압만으로 역세척이 가능한 만큼 필터의 사용주기는 늘어난다. 또 디지털 제어로 전문 운영자도 필요하지 않아,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수장 하부 집수 장치, 자동드레인 시스템, AI 유량 예측 제어 시스템, 공기변실 자동화 시스템, 아나목스 수처리공법 등 ICT와 AI, 바이오 분야를 활용해 다양한 환경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삼진정밀 임직원들이 지난 2021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글로벌 탑티어 도약 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다. 삼진정밀 제공

◇유별난 지역 사랑, 미래로 가는 삼진정밀=30년간 대전에서 터를 잡고 성장해 온 삼진정밀은 지역 사랑도 유별나다. 삼진정밀의 임직원은 대부분 지역민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역 내 기부 활동 등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또 창업자 정태희 대표는 과거 대전·세종·충남 중소기업융합연합회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는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해 지역 기업 간 상생 협력을 이끌고 있다.

이같이 꾸준한 연구개발과 기술력, 지역 상생 등을 이어온 삼진정밀은 남다른 포부를 갖고 2030년까지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우선 밸브 제조업에서 나아가 ICT와 AI, 바이오 등 분야까지 확장시키기 위해 삼진정밀이었던 사명을 삼진E&I로 변경할 예정이다.

또 삼진정밀은 축적된 밸브와 환경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국내 대표 벤처 캐피탈과 B2C(기업 대 소비자 영업·Business to Customer) 유통 서비스업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총매출 4000억 원과 영업이익 20%를 달성,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나아갈 방침이다.

"제품 차별화 강점… 글로벌 기업 도약"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이사. 김영태 기자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이사

- 1991년 삼진정밀을 창업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다가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대전으로 내려왔다. 이후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회의감을 느껴 창업을 시작했다. 창업 분야를 고민하던 중 당시 도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하수도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맨주먹으로 시작한 게 삼진정밀이다. 영업을 뛰며 제품을 개발했고, 1993년도 대전 엑스포에 개발 제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품질에 대한 개념도 생겼으며, 각종 특허를 내기도 했다. 삼진정밀이 발전하게 된 건 주변인들의 도움도 컸다. 대전시 공직자들과 지역 기업인들이 제품을 실용화할 때 많이 도와줬다."

- 300여 개의 관련 특허와 기술 인증 등 수많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어떤 경영철학을 추구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는지.

"'삼진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잊지 않으며 경영해 왔다. 제품 특성상 일반 소비자들이 쓰는 게 아니다 보니,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상하수도 밸브만으론 수출이 어렵다고 판단, 오일-가스용 밸브를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외지에 있는 퇴직 기술자를 고용해 기술개발에 대한 차별성도 고려했다. 그 결과 오일-가스용 밸브의 매출이 급등했다. 현재는 바이오쪽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 향토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도 많이 하고 있다.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란 게 결국 임직원들의 노고도 크지만, 대전시 등 지역 사회에서 제품을 적용해 주고 평가해 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이로 인해 타지역까지 나아갈 수 있었고, 해외 진출에도 영향이 컸다. 이런 도움을 보답하고자 지역 사회에 조금이나마 공헌하는 것이다."

- 앞으로 추진할 사업과 경영 목표는.

"삼진정밀은 ICT와 AI, 바이오로 가고 있다. 우선 삼진E&I로 상호를 바꾸는 게 첫 단추다. 최근 특허 등록을 완료했으며, 로고 제작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난 2021년 창립 30주년 당시 10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2030년까지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 새로운 연구개발과 영업, 생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지역 향토기업에 하고 싶은 조언은.

"좋은 인력이 필요한데, 굉장히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젊은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 꿈을 갖고 남아주길 바라는데, 모두 수도권으로 떠난다. 정치인들이 지방의 주택 주거 문제, 교통 문제 등 지역소멸에 대한 대책을 내야 한다. 또 하나는 규제다. 정치권에서 주 4.5일 또는 주 4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선 너무 부담스럽다. 우리나라의 수출 99%가 제조업인데, 휴일이 많아지면 수출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떠날 것이다. 이런 게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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