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매장서 실제 결제?···'돈이냐' vs '허상이냐'
전국적으로 600여 곳서 결제 가능
접근 쉬워 국내 가입자 130만여명
전문가 "가격 변동성 커 불안정
법정화폐 대체 어려울 것" 전망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알트코인으로 분류되는 한 가상화폐가 울산 일부 상점에서도 실질적인 화폐처럼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담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 변동도 심해 투자·결제 위험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파이코인'은 울산지역 일반음식점, 미용실, 당구장, 세차장, 베이커리 등 16개 상점에서 결제를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600여개 매장에서 결제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코인은 지난 2019년 해외에서 출시된 가상화폐로 국내 가입자만 약 130만명에 달하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 수도 12만명이 넘는다. 특히 전문 채굴기가 아닌 스마트폰에 어플을 다운받아 코인을 채굴할 수 있어 접근이 쉽다는 평을 받는다.
가격 변동성과 실질적 가치 논란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와 달리 이 코인은 전국 600여개의 다양한 상점에서 거래에 이용되고 있다.
점주들은 파이코인의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 등으로 결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A 씨는 "2023년부터 파이코인 결제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1파이코인을 1만원으로 책정해서 계산했지만, 최근에는 시세 수준으로 받고 있다. 일주일에 1명 정도는 파이코인으로 계산하는 것 같다. 코인이 아니라 화폐다"고 전했다.
울주군에서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B 씨는 "지난 1월부터 코인 결제를 받고 있다. 가게 홍보 차원에서 받기 시작했지만 실제 코인으로 결제한 사람은 1명밖에 없었다. 코인을 받으면서 따로 팔거나 거래하지 않고 최대한 많이 보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상화폐가 실제 상점에서 화폐처럼 거래되는 현상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상화폐라고 나온 것들은 스테이블 코인 말고는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가치 척도의 수단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화폐의 기능적 측면을 충족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동우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인으로 개인 간의 소액 거래는 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를 대체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인 KOK코인은 설명회를 열고 투자자를 끌어들여 '다단계 사기' 논란도 있었다. 현재 이 코인의 설계자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가격 변동성도 문제로 꼽힌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파이코인 1개당 가격은 1,700원 수준이지만 불과 하루 전인 11일에는 개당 1,000원 수준이었다. 하루 사이 수십 퍼센트의 가격이 널뛰기한 셈인데 화폐로서 기능을 하는 데는 안정성 측면에서 제한이 따른다.
또 지난 2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돼 가격이 형성됐지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실질적인 거래소 가격이 없었다. 파이코인 거래 점주들은 개당 1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주관적인 가치를 부여해 결제를 해왔는데, 결국 현재 가격으로 봤을 때는 엄청난 손실을 입은 셈이다.
파이코인 스토어 대표 C 씨는 "국내 파이코인 커뮤니티가 굉장히 활성화 돼있고 유저들이 사용을 권장하는 현상이 있어서 확신을 갖게돼 파이스토어를 만들었다. 실제 거래에 적합한 코인라고 보고 있다. 결제 속도도 1초 남짓이다. 파이코인 가맹 사장님들의 연령대가 40대 이상이 많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비트코인을 놓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코인이 출시됐던 초창기에 다단계 사기 등에 대한 얘기가 나왔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지났다"라고 말했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