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참상 알린 이옥선 할머니 '마지막 길' 배웅
향년 97세…조문객들 발걸음 끊이지 않아
남은 피해자는 단 6명…“명예회복 못 이뤄”


12일 오후 2시쯤 찾은 용인시 쉴낙원 특6호실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빈소 앞은 각종 단체와 정당에서 보낸 화환이 가득했다.
조문객들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옥선 할머니의 영정 사진에 절을 했다.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데 일생을 바친 이옥선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 모습이었다.
지난 11일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한 이옥선 할머니는 14세 때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3년 동안 해를 겪었다. 지난 2000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후 약 20년간 여러 국가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렸다.
그랬기에 이날 빈소엔 이옥선 할머니와 관계가 없는 일반 시민들도 빈소를 찾았다. 모두가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한 조문객들은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조문객 이모(53)씨는 "끝내 제대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어머니를 뵈러 근처 요양원에 가다 기사로 소식을 접하고 오게 됐다"며 "남은 분들이라도 돌아가시기 전에 진실성 있는 사과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옥선 할머니 손자이자 상주인 김호림(36)씨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머니의 활동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할머니가) 아프신 몸을 이끌고 세계 여러 곳에 방문해 참상을 알리신 점 자체가 손자로서 영광스럽다"며 "남은 위안부 피해자 여섯 분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나눔의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으나 끝내 그러지 못했다. 김금례 나눔의 집 요양사는 "이옥선 할머니는 아프고 불편한 것도 전혀 티내지 않는 강직한 분이셨다"며 "돌아가시기 전 나눔의 집에 다시 데려오지 못해 속상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진심 어린 사과밖에 없다"며 "할머니들의 마음보다 정치적 실리를 더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가 별세함으로써 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6명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정한 명예 회복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성 인권을 주제로 열린 유엔 총회 토론회에서 일본 측 대표 가미야 마사코 고문은 위안부 문제 제기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대응하지도 않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한일 간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 관련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인 한일청구권 협정 예산을 지난해 5300만원에서 올해 1200만원으로 삭감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폭력의 고통과 여성 인권 문제를 온몸으로 밝힌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빚을 졌지만 온전한 명예 회복을 이루지 못했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못다 이룬 소망을 잊지 않고 피해자 지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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