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인구절벽·트럼프…군이 맞이할 전환의 시대 [세상읽기]


김정섭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선 정국이 어지럽다.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그러나 20일 뒤면 어김없이 차기 정부가 출범할 것이고,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하는 만큼 분야별 국정 청사진 준비를 게을리할 수 없다. 불법 계엄과 트럼프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높아진 국방 분야도 그중 하나다. 국방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외교, 작전, 인력, 군수, 교육, 경찰·사법 등이 한 부처에 속해 있어 소정부라 불릴 정도다. 당연히 전방위적인 관심이 필요하나, 시대의 요청이란 우선순위에서 볼 때 다음 세가지 역점 과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12·3 비상계엄을 각성의 계기로 삼아 민군 관계를 올바르게 재정립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적 영역 중 민주적 통제가 약한 부분이 검찰과 더불어 국방 영역이다. 작전 수행과 군사적 조언을 넘어 전반적 국방정책을 전현직 장교집단이 직접 주도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국방에 대한 민주적 감독이 미치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고 군의 자율성과 위상이 존중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장성 인사의 정치화가 심하고,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하는 군 정체성과 자존감이 약한 상태다. 문민 장관을 통한 민주적 통제 대신 특정 정보부대에 의존하여 군을 감시·감독하는 방식도 후진적이다. 한마디로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지적한 주관적 문민 통제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군의 자성과 함께 전반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군의 정체성과 문화를 일신하기 위한 군 내 교육과 양성 체계 혁신은 물론이고, 국방부의 위상과 역할 재정립, 국회의 정책 감독 기능 강화가 요구되며, 방첩·보안·정보 임무를 분산하는 조치가 강구될 필요가 있다.
둘째, 미래 환경에 부합하도록 군의 전략·작전 개념과 부대·인력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상비병력 규모를 40만도 유지하기 어렵다. 20살 남성 인구가 2020년 33만명에서 2025년 23만명으로 떨어졌고, 2040년에는 다시 15만명으로 급감한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확정된 미래다. 병력 구조 재설계는 군 구조, 전력 구조와 맞물리기 때문에 계획과 실행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마련한 ‘국방개혁 2020’도 계속 수정·보완되면서 20년 넘게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미래 병력 구조 개편에 대해 그 필요성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하고 큰 문제인데다, 조직 축소 등 군 내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보니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어렵지만 예정된 미래를 회피하지 말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용한 병역자원에 기반하여 현실적인 상비병력 규모를 설정하고, 대신 비전투 임무에 대한 민간 아웃소싱과 민간 인력 증대를 통해 총 국방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계급별 인력 구조를 재설계하고, 동시에 군단에서 분대에 이르는 7단계 지휘 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부대 구조 효율화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무인 감시·정찰 체계 강화, 유무인 복합부대 실험 등을 통해 미래전 수행에 걸맞은 군으로 거듭나야 하며, 기동 및 거점방어 경계 등 정예화된 병력 규모와 조화되는 작전 개념을 적극 구상할 필요가 있다.
셋째, 트럼프 시대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난 70여년 동안 당연시했던 연합방위의 기본 가정까지 재점검하면서 한국군의 자강을 추진해야 한다. 적어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 주도의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하며, 핵 위협에 대해서도 미국의 확장억제와 함께 한국군의 첨단 비핵 억제 역량을 높여야 한다. 특히, 핵무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재래식 무기라도 정밀·고위력 전력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운용한다면 상대의 계산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시작전권 전환도 한-미 동맹의 이슈로 부각될 텐데, 더는 ‘시기상조론’ 속으로 움츠러들어서는 안 된다. 운전대를 잡는 걸 두려워해서는 변화의 시대를 감당해내기 어렵다. 바야흐로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다. 인구 대전환, 디지털 대전환, 그리고 국제질서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군도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가운데, 전환의 시대를 능동적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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