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정치는 왜 인구 위기를 외면하는가?

최근 독일의 유명 유튜버 '쿠르크게착츠'가 "대한민국은 끝났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천4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은 한국 사회의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을 지적하며 이 나라가 몇십 년 내에 회복 불가능한 인구 재앙을 맞을 것이라 경고했다. 충격적인 표현이지만, 그 핵심은 틀리지 않았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이는 OECD 평균(1.5)의 절반 수준이며, 일본(1.2), 독일(1.36), 미국(1.6)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다. 심지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0)보다도 출산율이 낮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위기가 단지 '출산율 저하'라는 통계를 넘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임을 방증한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 정치권은 이 위기를 정면으로 논의하지 않는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출산율 문제는 주요 쟁점에서 제외된 채, 포퓰리즘 중심의 정치적 의제만이 전면에 놓여 있다. 물론, 각 후보의 세부 공약을 들여다보면 출산 장려 정책이나 인구 관련 대응책이 언급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부속적인 항목일 뿐이며, 대한민국의 존망을 좌우할 중대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인구 문제는 당장의 해결이 어렵고, 유권자의 즉각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힘들며, 논의 자체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러한 '회피된 의제'를 정면으로 다루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인구 절벽을 외면하는 정치란,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대신 당장의 표를 얻는 선택과 다르지 않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구 감소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정치권은 반복적으로 문제의식을 표명했지만, 실질적 대응은 늘 지연되거나 무위로 돌아갔다. 그 결과,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계산이 되었고,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책임과 위험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청년 세대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이 악순환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단기적 출산 장려금이나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의 존속과 연계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이민과 난민 문제 역시 감정의 영역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할 책임은 정치에 있으며, 그 설득을 외면하는 정치는 존재할 이유조차 없다.
정치란 고통을 분담하는 기술이다. 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 가장 어려운 질문을 중심에 놓고 해답을 구하는 것이 진짜 정치다. 인구 문제를 최우선 국가 의제로 선언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빠르게 미래를 잃어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외면하는 인구 문제, 바로 그것이 내일의 절망이 된다.
청년 세대는 이미 그 절망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다. 결혼과 출산, 내 집 마련과 직장 안정성 같은 과제가 더 이상 '도전'이 아닌 '생존의 역설'로 전락한 현실에서, 우리는 국가의 무관심과 무책임의 비용을 매일같이 감당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 당사자 중 한 명으로서 정치권에 요구한다.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더 이상 청년들에게 미래의 책임을 미루지 말기를.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인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근본적 전환에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유현민 대학생유권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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