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지역경제가 살아야 한다

이상엽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 5.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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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본주의 황금기라는 시대적 배경도 작용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 공급을 원천으로 고도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저성장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어 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당장의 저성장도 어려운 숙제인 상황에서 향후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진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노동과 자본을 제외한 기술혁신과 경영체제, 노동자 업무역량 등과 같은 나머지 부분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0.3%로 하락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2041년쯤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4년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돌파했으니 이러한 전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저출생·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지만 여기에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하고자 한다.

인구와 경제력의 약 과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일극 체제는 지역의 저출생·고령화를 가속화시키면서 지역경제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ICT AI 빅데이터 등 고부가가치·고생산성 업종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클러스터로서의 편익을 향유하고자 기업들의 집적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형 스타트업 기업들도 모여들고 있다. 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취업자 수가 증가한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도권 신도시와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북의 산업도시들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임금 격차도 더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에서는 기업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수한 성적의 지역 고등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을 하고, 지역 대학 졸업생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청년층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역 기업은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을 통한 안정적 경제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의 구축이 어려워지면서 지역경제 저성장이 지속·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소멸을 걱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광역시의 기초단체조차도 소멸대응기금을 지원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국가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필수라는 관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래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정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지니고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 타 지역 대비 비교우위 분야, 산업 및 노동시장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지역 산업육성책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적 뒷받침이 핵심이다. 정권에 상관없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부산으로서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관련 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셋째, 지역 차원의 산업육성책도 정비해야 한다. 기존 전통산업에 더해 미래성장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백화점식 정책 추진은 지양돼야 한다. 지역 특수적 상황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정책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산업육성과 연계된 지역 차원의 인적자원개발시스템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이 봇물을 이룬다. 실천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도 한국이고 지역민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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