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최대 수출국인데...' 인도-파키스탄 충돌에 긴장한 동남아
말레이, 쌀 수입 물량 40% 인도·파키스탄産
미국 중재 휴전 이후 '내가 승리' 홍보전 치열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쌀 수출국인 두 나라에서 무력 충돌이 재발할 경우, 쌀 소비량이 많은 동남아 지역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국은 미국 중재로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했지만, 각각 승리를 주장하며 민족주의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12일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교전은 멈췄지만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두 나라에 식량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공급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도는 전 세계 쌀 수출량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파키스탄도 태국·베트남에 이은 4위 쌀 수출국이다. 두 나라는 길고 가늘며 독특한 향이 나는 바스마티 품종 쌀을 주로 재배·수출한다. 물량 상당수는 동남아로 향한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자국 쌀 생산이 국내 수요의 절반에 못 미쳐 나머지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중 40%가 인도와 파키스탄산(産)이다.

모하맛 사부 말레이시아 농업식량안보부 장관은 “양국 정치·경제적 안정은 말레이시아 식량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항만 운영이나 물류망에 영향을 미치는 충돌이 빚어지면 쌀 수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웃 국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구 3억 명의 인도네시아와 전체 국토 중 농지가 1%에 불과한 도시 국가 싱가포르도 식량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동남아의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이 150㎏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망이 붕괴될 경우 식량 위기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인도, 파키스탄산 쌀은 베트남, 태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대체 공급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안한 건 쌀 수입만이 아니다. 동남아 국가는 인도에서 양파, 설탕, 달(콩류), 물소 고기 등 식료품을, 파키스탄에서는 카펫과 의류 같은 섬유 제품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역으로 수출길도 흔들릴 수 있다. 에디 마르토노 인도네시아 팜유기업인협회 회장은 현지 매체 템포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인도네시아산 팜유를 각각 연간 500만 톤, 300만 톤씩 수입하는 핵심 시장”이라며 “갈등이 장기화되면 재고가 쌓이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도와 파키스탄은 10일 미국 중재로 휴전한 이후 각자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은 “인도군 포효가 파키스탄 군 본부에 도달했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국경 일대에서는 축하 행사도 열렸다.
파키스탄 역시 국경 근처에서 거리에 꽃잎을 뿌리는 행사를 벌이며 승리를 과시했다. 현지 매체들은 “인도가 장악하려던 군사적 우위와 외교적 내러티브를 파키스탄이 단호히 거부하며 계산된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외부 개입으로 무력 충돌은 멈췄지만, 불씨가 된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한, 충돌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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