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용자위원회] "SKT 사태, 소비자 입장에서 보도했나... 과학 기사 윤리·사회적 접근 바람직"

송은미 2025. 5. 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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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보도 평가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가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과학·정보통신·AI 기사를 평가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회의를 열고 AI를 포함한 정보통신, 과학, 의학 기사를 살펴봤다. 뉴스이용자위원들은 한국일보가 기술적 내용만 보지 않고 윤리·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반적으로 기사량이 부족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회의에는 김경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8명과 사내 위원인 김희원 뉴스스탠다드실장이 참석했고, 한준규 경제산업부문장과 이동현 논설위원이 함께했다.


"부족한 기사량, 접근성 아쉬워"

강민구 위원은 "한국일보는 과학기술 이슈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윤리적 쟁점에 주목하는 경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AI의 윤리 사각지대를 지적해주는 기사가 다수 있어 고무적"(정지훈 위원)이라거나, "지브리 프사 논란 등 AI 기술과 관련한 사회 문제를 지적한 기사가 시의성이 있었다"(유혜정 위원)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과학·IT 기사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장민제 위원은 "과학기술 관련 보도량이 적다. 해외 소식은 특파원을 중심으로 충분히 보도되고 있다고 보이나 국내 AI 생태계의 현실과 한계, 방향성 등에 대해선 분석 기사와 인터뷰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어려운 개념에 대한 해설, 산업적 파급효과 분석, 정책이나 국제적 흐름과 연관성에 대한 보도가 부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학기술 기사를 읽으려면 홈페이지에서 3번쯤 클릭해야 한다"며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SKT 해킹 보도, 뒤늦고 소극적

지난달 발생한 SKT 해킹 사태 보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치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장 위원은 "4월 22일 SKT의 해킹사실 공개 이후 한국일보 첫 보도는 24일 자 사설이었고 25일 자에 첫 기사 '‘정보 유출’ 지각 신고한 SKT… ‘심 스와핑’ 막기 총력전'이 났다. 국민 절반이 쓰고 있는 통신사에서 유심 정보가 통째로 털린 중요한 보안사고인 만큼 더욱 신속하고 비중 있게 보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사는 22일부터 보도했지만 기사량이 많지 않고 지면에 반영되지 않는 등 보도의 신속성이나 비중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보가 유출되게 만든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등 심층 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장 위원은 "IT 전문 유튜버들이 SKT가 할 일을 해줬다는 평이 많았다. 한국일보도 이들을 인용한 온라인 기사를 냈는데, 전문가들과 함께 기초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심층적인 기사와 영상을 보도해 두각을 나타냈다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과하게 불안감을 자극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일보 기사가 소비자 입장에서 피해 가능성, 대응법을 상세히 안내하지 못했고 SKT 해명만 담은 듯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권혜진 위원은 'SKT 해킹 '최악' 유출 면했지만... "스마트폰 재부팅 요구 피싱 주의해야"'(4월 29일 자), 'SKT 해킹 놓고 '금융피해·위치추적' 음모론 무성… 전문가들 "대부분 가능성 낮아"'(5월 1일 자) 등을 예로 들면서 "제목과 전문가 코멘트만 보면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 같지만 기사를 자세히 읽으면 피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 또 다른 매체에선 8종의 악성 코드가 추가로 확인됐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며 "가입자의 유심 정보를 복제해 은행이나 가상화폐 계좌를 손에 넣는 '심 스와핑(SIM Swapping)' 피해 사례를 알려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주고, 유심 잠금 등 대응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기사가 오히려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유 위원도 '"유심 내놔" SKT 대리점에서 난동 부린 20대 검거'(4월 29일) 등 기사에서 "피해사례는 보도하면서 소비자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없어 불안감만 남겼다"고 했다. 한 부문장은 "SKT 사태와 관련해 좀 더 풍성하고 알기 쉬운 정보를 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친절하고 정확한 인포그래픽 활용을"

온라인 기사에 삽입된 '논문''의 원문 링크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을 담은 과학·IT 보도에는 정확하면서 친절하고 깊이 있는 설명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격주 연재물 '테크 인사이트'가 유익하다는 평을 받았다. 권 위원은 '[테크인사이트]'N가' 숫자 클수록 좋은 백신?... 범용백신, 만능백신 정말 나올까'(4월 4일 자)에 대해 "평소 예방 접종할 때 궁금했던 백신의 세계를 흥미롭게 다뤘고 인터넷에 풍부한 그래픽을 제공해 유익했다"며 "최신 이슈와 관련된 기술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기획 연재"라고 호평했다. 장 위원도 "전문적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취재와 설명, 술술 읽히게 쓰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 몇몇 과학 기사들에 인용한 연구 논문의 하이퍼링크를 걸어준 것도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때로 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 불친절한 그래픽 등 부족한 점도 드러났다. 하상응 위원은 '단백질 비밀 푸는 데 결정적 기여한 AI… 노벨화학상까지 안았다'(2024년 10월 10일 자) 기사 속 단백질 그림이나, '구글 이어 MS 가세… 양자컴 상용화 성큼'(2월 21일 자) 기사 속 표가 "이해가 어려워 인포그래픽 본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 내용을 다룰 때는 희토류 원소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은 영국 가디언이 전 세계 곳곳의 빙하가 녹고 있는 장면을 3D 모델링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한 '사라지는 우리 빙하(Our disappearing glaciers)'를 참고사례로 제시하면서 과거 초단편 SF 웹소설 '서아의 사춘기'를 선보였던 한국일보가 계속 창의적인 시도를 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익명 취재원 남용은 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깎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우주청, 차세대 발사체 ‘일회용→재사용 방식’ 변경... 난관 3가지'(4월 24일 자)에서 "재사용 발사체 필요성에 전문가 이견이 없다고 쓰면서 실명으로 인용한 전문가는 박순영 우주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익명이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이런 의견을 굳이 익명으로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취재원 실명을 인용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장 위원은 "IT 업체 기사를 보면 기업 홍보 기사인지 취재 기사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신뢰가 가도록 써주기를 당부했다.


"비전문 독자도 읽을 만한 관심사를"

과학과 기술 기사는 관련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관심을 유발하기 어려운 만큼 비전문가들의 일상적 삶과 연관된 기사 쓰기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있었다. 하 위원은 경제안보 현안이나 주식과 관련되는 과학기술 기사를 쓰면 관심이 자극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TSMC "1.4나노 공정 2028년 양산 시작" 로드맵 발표‘(4월 24일) 기사 중 “관세 전쟁이 AI 투자 열기를 식힐 것이라는 전망이 기술돼 있는데 근거가 무엇인지 없어 궁금증이 남았다"며 기술-시장 간 연결고리를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장 위원은 스타트업 시각에서 필요한 기사를 주문했다. 그는 "국내 IT 업체의 가장 큰 어려움은 GPU 부족이다. 유통 업체를 통해 GPU를 구매하려면 미국 현지보다 거의 2배 가격으로 사야 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미국의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 보따리상의 싹쓸이 때문인지 깊이 취재해서 다뤄주면 좋겠다"고 했다.

백신 경쟁을 조명한 과학기획

반면 성인들의 기록 수단과 기술 수용에 대해 조사한 '[여론 속의 여론] 글쓰기에서 촬영까지… 삶의 기록도 디지털 수단이 주류'(5월 3일 자)에 대해서는 독자 관심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명화 위원은 "타인이 삶을 기록하는 수단이 신문 한 면을 할애해서 쓸 만큼 중요하거나 궁금한 주제인지 의문"이며 "한국리서치연구원 직원이 해당 연구소에서 생산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기사여서 비판적 검토가 어렵다는 한계도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진 의존 높은 건강기사 장단점

의학 기사 중에서는 최근 연재를 시작한 '잘생, 잘사' 기획이 눈에 띈다는 평가였다. 장 위원은 "웰다잉이 트렌드로 떠오른 시대에 잘 살고 잘 죽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기획이다. 전문가와 호스피스 현장을 취재해 양질의 정보를 담은 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5월 1일 자 2회 연재에서 "50, 60대에 꼭 필요한 질문과 의미 있는 답변이 유익했다. '50세 넘으면 필요한 다섯가지 ‘참는 용기’'를 박스로 정리한 것도 공감이 갔다"고 칭찬했다.

정신건강전문의를 인터뷰한 '잘생 잘사' 기획

의학 기사의 상당수를 의료인 기고에 의존하는 점에 대해선 장단점이 동시에 거론됐다. 정지훈 위원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등 코너들이 "의료 상식을 쌓고 스스로 건강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김 위원장은 "다른 전문의의 의견을 추가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기사가 있었고, 발로 뛰는 취재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덤벨 들기’보다 ‘빨리 걷기’가 좋아요'(4월 15일 자) 같은 기사처럼 "연령대, 성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소개해야 하는 건강정보가 있는데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집필진에게 가이드를 주고 충실한 내용의 기사를 쓰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


"위안부 생존자 기획, 훌륭한 기록"

'위안부 마지막 7인, 그 곁의 기록' 첫회

인상 깊은 기사로는 '위안부 생존자 마지막 7인 그 곁의 기록'(4월 23~25일 자)이 꼽혔다. 권 위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기록한 훌륭한 기획이었다. 첫회를 1면에 배치한 것도 좋았다. 다만 인터뷰하며 수집한 구술 기록과 사진, 오디오 자료들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만들었으면 역사적 가치도 있고 많이 읽히는 기사가 되지 않았을까 아쉽다"고 했다. 정지훈 위원은 강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를 찾아 이재민의 고충과 불안을 생생하게 전달한 르포 '“샤워는커녕 화장실조차…” 일상도 병원도 기약 없는 야외 생활'(4월 4일 자)에 대해 "기자도 여진에 호텔방에서 뛰어나가길 수차례라고 썼을 정도로 진정성 있는 취재가 느껴졌다"고 했다.

일부 기사들은 취재의 부족함이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공공병원 설립 팔 걷은 의사... 힘 모아준 부천 시민들'(4월 28일 자)에 대해 “부천 공공의료원 조례안 통과를 앞두고 공공의료 필요성을 확인시켜 준 좋은 기사”라면서 “다만 예상되는 운영 적자 때문에 추진을 멈췄던 공공의료원이 조례만 통과되면 해결되는 것인지, 이후 병원 운영 등 과제는 다루지 않고 있어 아쉬웠다”고 했다. '우려 커지는 의대 트리플링... 강경 학생들 “정원 줄여야”'(4월 16일 자)의 경우 “수업 거부 관련 의대생 입장과 정부·의대총장협의회의 입장을 잘 소개했는데 갈등 사안의 당사자인 의대생 측 출처가 명료하지 않고 의료계로 뭉뚱그려 썼다"며 이해관계자를 직접 취재할 것을 당부했다.

9기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명단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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