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9장] 영광·함평·나주·무안 동학농민군(142회)

정희윤 기자 2025. 5. 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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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재가 영광군청의 군속이자 수성군들을 발견하고 소리친 것이었다. 그들은 구경나온 무리들 속에 섞여있었다. 양판재가 소리치자 소고춤을 추던 재인들이 한 순간에 무장한 병사들로 변하더니 일제히 칼과 총을 겨누며 군속들에게 달려들었다.

"꼼짝마라. 움직이면 아구창 날아간다."

그들은 양판재가 인솔해온 동학농민군시들이었다. 수성군들은 구경나온 참이라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저항 한번 못하고 붙들렸다. 이 광경을 왜인 이용식과 그의 손위 처남 최경도가 홀린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용식은 고군산열도를 지키러 임지로 떠난 이태형 첨절제사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태형은 임지로 떠나지 않고 손불면과 신광면, 나산면 지역에서 장경삼 장옥삼과 이화진, 임종량을 만나 함평군 진격 작전을 짜고 있었다.

낙월도의 당제(堂祭)는 한 순간에 난장판이 되고, 구경나온 주민들이 혼비백산하여 흩어져 도망을 갔다.

"이놈들을 포박하라."

양판재가 명하자 동학군들이 붙들린 군속들을 포박했다. 양판재가 그들 앞에 섰다.

"민영수가 어디에 은신했느냐?"

수성군속 우두머리가 대답했다.

"너희놈들, 불한당들 아니냐? 아니면 화적떼냐?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군수 나리 함자를 부르느냐? 겁대가리도 없이!"

"니놈이 겁대가리가 없구나. 이 자를 패라."

동학농민군 중 덕대 큰 군사 둘이 나오더니 그를 떡실신이 되도록 팼다. 이마가 깨지고, 코피가 터지고, 입에서 한웅큼 핏덩이를 쏟아냈다. 그 피 속에 앞니 두 대가 섞여나왔다. 이 광경을 공포스럽게 지켜보던 나머지 군속들이 쫄아서 얼음이 되어버렸다. 양판재가 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민영수 거처지를 대라. 거처지를 안대면 이렇게 골로 간다."

그런 그에게서 몰락한 양반 자제의 아편쟁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리가 지체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자주 거처지를 옮깅깨 우덜은 잘 알들 못하고만이요."

한 놈이 말하자 묶이지 않은 자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야,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라. 내가 내려가서 사또 나리께 빨리 도망가게 할 것잉깨."

"너는 뭐냐?"

양판재가 군속 귀에 속삭이는 자를 향해 물었다. 하는 꼬락서니가 아무래도 미심쩍은 것이다.

"예? 예, 나는 이 자에게 안다질라면 사또 나리를 배신 때리더라도 사실대로 불라고 했고만이요."

그렇게 거짓말하는 것을 양판재가 잠시 생각하며 주춤하는 사이, 그가 후다닥 줄행랑을 놓았다.

"저놈 잡아라."

그러나 그는 골목길을 돌아 뒤따르른 동학군을 따돌리고, 민영수가 은신하던 곳으로 달려가 숨찬 목소리로 다급하게 보고했다.

"사또 나리, 어서 배를 빼서 도망가시오. 동학군사 놈들이 놀이패 놀이꾼으로 변복해 가지고 우리를 유인해서 붙잡아 포박한 다음 군수 나리 은신처를 따지고 심문하고 있습니다."

민영수는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던 차였다. 평복으로 변복하고, 상투를 자르고, 풍성한 수염도 밀어버리는 등 변장하고 있다고 해도 의심 많은 섬 주민들의 시선을 따갑게 느끼고 있었다.

민영수는 사공과 군속 둘을 데리고 포구로 나가 정박시켜놓은 조운선에 딸린 종선(從船)을 타고 도망을 쳤다. 세미를 가득 실은 배는 동체가 큰 데다 움직임이 둔해서 끌고 갈 수가 없어서 작은 덴마에 비상식과 군자금용으로 세미 삼십가마를 싣고 칠산 바다 쪽으로 나간 것이다.

잠시 후 동학군 무리가 포박된 영광 수성군들을 앞세우고, 조운선으로 들이닥쳤다. 세곡은 이백여가마가 실려 있었다. 양판재가 법성진 사람들을 불러모아 세곡을 세곡창으로 나르도록 명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전봉준이 법성창(漕運倉)에 내려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