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도 통증도 잊었다, SK를 떠받치는 베테랑의 자존심

때로는 승리를 향한 갈망이 부상도 잊게 만든다. 챔피언결정전 3연패로 위기에 몰렸던 서울 SK도 베테랑들의 부상 투혼을 무기로 역전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얻었다.
SK는 지난 1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73-48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챔피언인 SK는 1~3차전을 모두 패배한 뒤 4차전에서 승리한 첫 사례가 됐다. SK는 내친 김에 프로농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챔피언결정전 역스윕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52)은 “선수들에게 경기를 앞두고 새 역사를 써보자고 주문했는데 그 결과가 나왔다. 원래 SK가 정규리그에서 보여주던 농구가 살아났다”고 웃었다.
SK는 이번 시즌 역대 최소경기(46경기)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강팀이다. 빠른 트랜지션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속공이 최대 강점인데 챔피언결정전에선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다행히 4차전에선 베테랑 김선형(37)과 오세근(38)이 제 몫을 발휘해 LG를 압도했다. 김선형은 돌파 위주로 상대 수비를 흔들면서 3점슛을 꽂았고, 오세근은 수비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상대의 빈 틈을 노리는 3점슛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두 선수 모두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소화하느라 온 몸에 삐걱거리는 터라 더욱 놀라웠다. 김선형은 허벅지 통증을 안고 뛰고, 오세근은 허리와 무릎 그리고 손가락을 모두 다친 상태다.
김선형은 “햄스트링이 살짝 올라온 느낌이지만 다른 동료들도 모두 부상을 안고 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뛰겠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투혼은 SK 선수들을 자극하고 있다. 여전히 자밀 워니가 상대의 밀집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저마다 역할을 해내면서 SK 특유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최원혁과 김태훈도 득점은 없었지만 수비에서 LG의 핵인 양준석을 틀어막았다.
전 감독은 “혈이 뚫린 느낌”이라면서 “사실 LG 수비에 대응하는 방법은 선수들이 전부 안다. 선수들이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SK가 꿈꾸는 역스윕 우승은 결국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5차전 결과에 달렸다. SK가 10일 5차전 티켓 예매를 시작한지 1분을 살짝 넘긴 시점에 5200석이 모두 팔렸다. SK 선수들은 홈에서 1~2차전을 패배했던 만큼 5차전에서 1경기라도 승리를 안기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선형은 “우리는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5차전에 다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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