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해사건’ 9주기 앞두고 여성단체들 “혐오 범죄 여전”

“강남역 살해사건 이후 9년, 살아남은 우리의 외침에 정치는 대답하라!”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9주기를 닷새 앞둔 12일 85개 여성단체가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모여 정치권에 여성을 향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피해자를 비롯한 여성 혐오 범죄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권이 반드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문제를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등 85개 여성단체는 이날 낮 2시께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9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남역 사건 이후에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했으며, 엔(n)번방 사건과 딥페이크 성범죄 등 온라인에서도 여성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회대개혁을 말하는 지금, 민주주의의 주역인 여성들의 최소한이자 가장 큰 요구는 사회가 여성 폭력 해결을 책임지는 안전한 사회”라고 밝혔다.
단체는 여성을 향한 혐오와 폭력이 여전하지만 사회와 정치권이 이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주희 널싱페미 대표는 “9년 전 강남역 살해사건 당시 가해자가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음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2025년에도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여성이 살해되거나 폭력의 피해자가 된 사건을 접하지만 여성 혐오 범죄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여성 혐오를 지우는 이 사회가, 여성을 지우는 정치가 강남역 사건 이후의 세상을 변하지 못하게 만든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여성 배제와 차별·혐오 정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던 윤 전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했고, 여성 폭력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차별과 혐오의 정치는 정확하게 여성과 페미니스트를 정조준했고, 우리는 3년 내내 싸워야 했다”고 주장했다.
20~30대 여성이 탄핵 국면에서 주축이 됐음에도 대선을 앞두고는 여성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변정아 부천새시대여성회 사무국장은 “언론과 정치는 탄핵 광장을 열어낸 여성들의 투쟁을 칭송했지만, 탄핵 이후 여성의 삶은 다시 뒷전이 된 듯하다”며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겪는 다양한 폭력이 여성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이때, 정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는 강남역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우리는 여성 폭력 책임질 대통령을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는 17일 오후 6시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9주기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추모 행동-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란 이름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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