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가봤다] 반복된 범죄, 결국 성인처벌⋯소년범 교화 왜 실패했나?

윤소영 2025. 5. 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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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윤소영 기자

금목걸이 훔친 '소년범', 이제부터 진짜 처벌

대전시 가장동의 한 금은방에서 19살 고등학생이 금목걸이를 훔쳐 도주하는 장면ㅣ자료출처 대전경찰청

지난 2일, 대전시 서구의 한 금은방을 찾은 한 남성이 630만 원 상당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20분 만에 붙잡힌 이 남성은 10대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금은방 맞은 편에서 망을 보던 2명도 미성년자였습니다.

대범한 범행의 이유는 유흥비로 사용할 돈이 필요해서였습니다.

특히, 직접 목걸이를 훔쳐 달아난 고등학생은 과거에도 비슷한 절도와 사기 행각을 10차례나 저질러 각종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소년보호처분은 1호인 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나뉘어 있는데, 재범을 막는 교화를 목적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됐습니다.만 19살을 넘기면서, 더 이상 소년범으로 분류되지 않고, 형사 처벌 대상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된 겁니다.


반복되는 소년 범죄⋯왜 교화 안 되나?

이처럼 범행을 반복하는 소년범은 적지 않습니다.

최근 10년간 소년범 재범률은 약 12%, 성인 재범률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모든 범죄에는 동기가 있다"며 "동기를 제대로 분석해 맞춤형 진단과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료출처 MBC

소년범의 진단과 상담은 법원 소속 가사조사관이 맡습니다.

가사조사관은 심리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 인간행동과학 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소년비행의 원인을 분석하고, 교육과 상담을 통해 가정 문제의 해결까지 돕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보호처분 전후로 소년과 보호자, 수탁기관을 상대로 교화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점검합니다.

문제는 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소년보호사건은 2022년 4만 3천여 건에서 2023년부터는 5만 건을 넘기며 20% 가까이 늘었지만, 소년보호 전담 조사관은 전국에 38명뿐입니다.

그나마 서울가정법원과 수원가정법원에만 소년보호 전담조직이 있고, 나머지 법원은 다른 사건을 함께 맡고 있어 제대로 된 교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가사조사관 한 명이 한 달에 맡는 소년 사건은 약 100건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청소년을 직접 만나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교화 방식을 찾는 역할이 전화 상담 등으로 축소될 수는 현실입니다.

소년범이 흉악범으로, 악순환 계속된다

일본은 가정재판소에서 가사사건과 소년보호사건만을 다루는데도, 약 1,600명의 가사조사관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국 모든 가정법원을 통틀어 가사조사관의 수가 230명에 불과합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가사조사관 57명의 증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 증원된 인원은 고작 7명뿐이었습니다.

소년범의 교화가 중요한 이유는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3년 7월, 서울 신림동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33)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ㅣ자료출처 MBC

지난해 7월, 서울 신림동 번화가에서 행인을 향한 흉기 난동으로 4명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한 30대 남성 조 모 씨.

조 씨는 이미 폭행 등 전과 3범이었고, 소년 시절 법원 소년부에 14차례나 송치된 전력이 있었습니다.

12살부터 18살까지, 거의 매년 두 차례씩 소년범으로 기소된 셈입니다.

정부는 촉법소년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법 개정 방침을 내놨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소년범이 재범에 이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이라며,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적 관심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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