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눈이 일찍 녹자, 붉은가슴도요의 몸집이 작아졌다

김지숙 기자 2025. 5.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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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눈 녹는 시기 앞당겨지며 ‘생태계 시계’ 교란
“북극에서 번식하는 조류의 몸집 변화 이어질 것”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태어난 붉은가슴도요 새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몸집이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딕 대니얼스/위키미디어코먼스

1992년 캐나다 북극권에서 태어난 붉은가슴도요 ‘비(B) 95’는 ‘문버드’(Moon bird)라고 불렸다. 이 새는 1995년 연구자들에게 처음 목격된 이후 해마다 북극에서 대서양을 거쳐 남미 대륙 끝까지 약 1만5000㎞를 이동했는데, 마지막으로 관찰된 2014년까지 약 20년 동안 이동한 거리가 지구에서 달을 왕복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해 1만㎞ 이상을 날아서 이동하는 붉은가슴도요의 몸집이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팀 오르트베인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박사 등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16일 과학저널 ‘지구변화생물학’(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러시아 북극 툰드라 지대와 서아프리카 간석지를 오가는 붉은가슴도요의 몸집이 지난 20년간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기후변화로 눈 녹는 시기가 앞당겨지며 붉은가슴도요 새끼의 성장과 먹잇감 발생 시기가 어긋나 먹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태어난 붉은가슴도요 새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몸집이 작아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딕 대니얼스/위키미디어코먼스

논문을 보면,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시베리아와 모리타니를 오가는 이주성 도요새인 붉은가슴도요(Calidris canutus canutus)를 관찰해왔다. 붉은가슴도요는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에서 6월 중순경 번식한 뒤 7~8월 월동을 위해 서아프리카로 약 9000㎞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때 태어난 지 한 달 남짓한 유조들도 부모와 함께 비행한다. 장기간 관찰 결과, 연구자들은 최근 몇 년 간 태어난 새끼들이 90년대 초반 태어난 새끼들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툰드라에서 눈이 녹는 시기가 예년보다 이를수록 작은 개체는 더 많이 관찰됐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야생동물의 몸집이 작아지는 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해왔다. 몸집이 작으면 체온조절이 더 쉽기 때문에 세대가 지날수록 몸집이 작아질 수 있다는 ‘베르그만 법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온 상승의 영향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먹이 변화가 새끼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이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번식지(시베리아)와 월동지(모라타니)에서 2003~2021년 조사된 성조·유조의 몸집(부리, 날개, 정강이 길이) 측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성자료로 같은 기간 북극 번식지의 눈 녹는 날짜를 산출했다. 또 붉은가슴도요 유조의 주된 먹잇감인 각다귀의 출현 시기와 풍부도를 조사했다. 그런 뒤 유조의 배설물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하고, 깃털의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먹이로 어떤 종의 곤충을 얼마나 먹는지 추정했다.

눈 녹는 시기가 앞당겨질수록 붉은가슴도요 새끼가 겪는 수요-자원 불일치가 커지고, 이로 인해 성장 속도가 느려져 몸집이 작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베리아 타이미르 반도의 눈녹이 날짜는 19년 동안 평균 0.87일(a) 앞당겨졌고, 붉은가슴도요 부화일은 눈녹이 시기보다 늦어지는 경향(b)을 보였다. 그 결과 월동지인 서아프리카 모리타니 지역에서 측정한 유조의 몸집은 지난 19년 동안 감소(c, d)했다. 같은 시기 유조의 식단에서 각다귀의 비율은 점차 감소(e)했는데, 부화가 늦어질수록 유조의 식단에서 각다귀의 비율(f)도 낮았다. 팀 오르트베인/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 제공

그 결과, 붉은가슴도요의 번식지인 시베리아에서 2003~2021년 여름철 눈 녹는 날짜는 연평균 0.87일씩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땅속에서 부화하는 각다귀의 출현 시기도 빨라졌지만, 붉은가슴도요의 산란 시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 때문에 각다귀 대발생 시기에 유조는 먹이를 잡을 만큼 자라나지 못해, 곤충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렇게 먹이사슬의 타이밍이 어긋나며 유조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다 자라나서도 체격이 작아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시기 각다귀의 먹이 기여도는 해마다 약 1%포인트씩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오르트베인 박사는 “붉은가슴도요의 성장 저하는 평생 유지돼 세대를 거치며 점점 더 작은 개체가 나타나게 되었다”면서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4배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북극에서 번식하는 새들에서 체격 변화는 다른 곳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용 논문: Global Change Biology, DOI: 10.1111/gcb.70170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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