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반이 순삭”…쇼츠 시대 ‘롱폼 웹예능’의 성공 비결

김민제 기자 2025. 5. 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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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고’ ‘핑계고’ ‘침착맨’ 등 롱폼 콘텐츠 인기, 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웹예능 ‘풍향고’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뜬뜬’ 갈무리

지난 5일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작은 이변이 일어났다. 안테나 플러스의 유튜브 채널 ‘뜬뜬’의 웹예능 ‘풍향고’가 ‘예능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다. 유튜브 예능이 오티티(OTT)나 방송사의 경쟁작을 제친 점도 눈에 띄지만, 쇼트폼이 대세로 떠오른 시대에 긴 분량으로 띄운 승부수가 통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 중심의 유튜브 세계에서 ‘풍향고’와 같은 롱폼 콘텐츠가 정반대의 매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풍향고’는 유튜브 채널 ‘뜬뜬’의 웹예능 ‘핑계고’에서 파생된 스핀오프 콘텐츠로,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됐다. 유재석, 황정민, 지석진, 양세찬이 스마트폰 앱 없이 베트남 사파에 다녀오는 이야기를 4화에 걸쳐 보여준다. 배우 황정민이 ‘핑계고’에 게스트로 출연해 콘텐츠명을 ‘풍향고’로 잘못 부른 말실수에서 착안해 제작됐다. 특이한 점은 모든 영상의 러닝타임이 100분 안팎이라는 것이다. ‘앱 사용 금지’ 규칙 아래, 출연진들이 티격태격하고 헤매는 모습이 1시간40분가량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아저씨들의 대환장 케미” “유튜브에서 1시간 넘는 예능 보려고 아침에 눈 비비며 일어나긴 처음이다” “쇼츠에 길들여진 줄 알았는데 1시간반 순삭했다” 같은 호평을 얻으며 1화 조회 수는 12일 기준 1380만회에 육박한다.

‘핑계고’의 한 장면. 유재석, 남창희, 이동욱, 조세호가 설 연휴를 맞아 떡라면을 끓여먹으며 대화하는 이 영상은 12일 기준 조회 수 1413만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 ‘뜬뜬’ 갈무리

‘풍향고’의 모태인 ‘핑계고’ 역시 긴 분량에도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웹예능이다. ‘핑계고’는 진행자 유재석과 게스트가 1시간 넘도록 수다를 떠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늑한 분위기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대화, 유재석과 절친 조세호, 이광수, 지석진, 이동욱 등의 ‘티키타카’가 편안한 재미를 준다. 인기 회차는 조회 수가 1200만∼1400만회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침착맨’ 역시 대부분의 영상이 1시간을 훌쩍 넘지만 구독자 281만명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삼국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침착맨 삼국지 완전판’은 5시간 넘는 영상이지만 12일 기준 조회 수 2370만회를 자랑한다. 콘텐츠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 속 ‘나영석의 와글와글’ 시리즈도 나영석 피디(PD)와 연예인 게스트들이 촬영 후일담을 전하는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처럼 롱폼 예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쇼트폼 콘텐츠에 지친 이들을 대상으로 틈새 공략을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쇼트폼 콘텐츠들은 즉각적인 재미를 주지만 계속 노출되다 보면 피로감 또한 올라가는 반면, 롱폼 콘텐츠는 ‘밥 친구’와 같은 편안한 재미로 다가간다. ‘핑계고’ 인기 회차 ‘설 연휴는 핑계고’ 영상에 달린 “웃긴 영상들이 유튜브에 깔려있지만 마음 속 고향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오게 된다” “찐친들이어서 그런지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편하다” 등의 댓글에서 보듯 시청자들은 롱폼 콘텐츠를 통해 휴식을 얻는다. 웹예능 특성상 대부분 진행자와 친한 인물이 게스트로 출연하고 친분을 바탕으로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나영석의 와글와글’ 속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 갈무리

기존 방송사에서 긴 분량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제작진이 본격적으로 유튜브로 넘어오며 제작 시스템이 성장한 것 또한 롱폼 콘텐츠가 부상한 배경으로 꼽힌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에는 개인 위주로 유튜브가 운영됐는데 장시간 동안 재미를 유지하거나 의미 있는 정보를 전해주기가 쉽지 않아서 짧은 영상 위주로 제작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길이가 늘어져도 재미나 정보 면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방송사에 필적할 만큼 유튜브 제작 역량과 시스템이 성장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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