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가격 오르면 홍보 효과 없어"…트럼프 관세에 TV광고도 '뚝'

방성훈 2025. 5. 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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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업 불확실성에 지갑 닫아…광고 업계 직격
美기업들 '선구매' 광고 지출 전년比 20.6% 급감 예상
잇단 경기침체 경고도 영향…4월부터 이미 둔화 추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TV 광고 시장에도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사진=AF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미국 TV방송 업계의 연례 ‘선(先)구매’ 광고 판매 시즌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하며, 올해 TV 광고 구매는 예년보다 대폭 위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요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TV 선판매, TV 및 케이블 네트워크, 디지털 플랫폼의 방송 연도별 TV 광고 지출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올해 미 기업들의 ‘선구매’ 광고 지출은 139억 3000만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36억달러(20.6%) 급감한 금액이다. 지난해 광고 지출이 전년대비 2.5% 줄어드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최근 5년 동안의 연간 선구매 광고 지출을 살펴보면 2020년 179억 1000만 달러, 2021년 190억 4000만달러 등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속 증가해 2022년 193억 3000만달러로 최고액을 찍은 뒤 2023년부터는 179억 7000만달러, 2024년 175억 3000만달러 등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미 경제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관세→제품 가격 인상(인플레이션)→소비 위축 및 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광고·미디어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광고비를 많이 써도 홍보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미 기업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줄줄이 철회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WSJ는 “관세 때문에 자동차, 여행, 패션, 온라인 유통 등 주요 광고주들이 광고 예산을 줄이고 있다. 실제 4월부터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며 “메타, 구글 등 빅테크의 광고 매출 성장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모든 국가에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EU)에는 20%, 중국에는 34%의 상호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중국은 다른 추가 관세까지 합치면 관세율이 무려 145%에 달한다. 상호 관세 적용은 90일 간 유예됐지만,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지난해 2.5%에서 현재 23%로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100년래 최고 수준이다.

미 기업들은 관세가 발효되기 전까지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원자재 등의 재고를 대량 확보했다. 관세 발효 이후엔 중국 공급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뚝 끊겼다. 일부 기업들은 중국 내 창고에 물건을 쌓아두고 무역긴장이 완화하거나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길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 인상은 커피, 차, 바나나 등 미국 내 생산이 거의 없는 품목까지 예외 없이 적용됐다. 기존에 무관세로 들어오던 수입품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소비재와 전자제품, 의류,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수입품 가격이 뛰어오를 것이란 의미다.

WSJ은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강경 조치”라며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베트남·한국 등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 신발, 의류, 가전제품 등이 25~46%의 관세를 맞게 된다. 석유, 가스, 정제제품 등조차 일부 품목만 예외가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다트머스대학의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과거 미중 무역전쟁 때보다 훨씬 광범위한 품목에 관세가 매겨졌다”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기업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잇따른다. UBS,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관세가 연말까지 유지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2%에서 4.4%까지 치솟고,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침체 기준에 해당하는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업률은 내년 5.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자본시장과 글로벌 투자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지, 구조적 충격이 될지 판단이 쉽지 않다”며 금리 정책 운용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UBS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이상 인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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