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불피해 복구' 제도는 있으나 현실은 없다

"법은 만들어졌는데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없습니다."
경북 산불 피해 현장에서 만난 한 소상공인의 말이다.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불타버렸지만 복구는 여전히 미래의 일이다. 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정부는 지원 의지를 밝혔다지만 피해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지나 제도가 아닌 실질적인 자금 집행이다.
지난 3월 경북 북부를 강타한 초대형 산불은 무려 149시간 동안 이어지며 수천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불길은 꺼졌지만 피해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되고 생계의 거점이 사라진 현장은 복구를 위한 숨돌릴 틈조차 없다. 정부는 즉각 추경을 편성했고 각 부처는 재난 대응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는 지난달 재난안전기본법을 개정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재난 복구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문제는 그 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지원 기준을 마련하려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유형별 피해 단가를 설정하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재난안전관리심의위원회의 의결도 받아야 한다. 최소 6개월은 걸린다. 재난 이후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행정의 시계는 여전히 입법 절차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는 소상공인들이 불에 탄 점포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 설비는 사라졌고 단골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생계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1000만원은 점포 복구는커녕 한 달치 운영 자금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일괄 지급이 아니어서 급한 불조차 끄기 어렵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주택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최대 1억원까지 복구비가 책정됐다. 주택과 생계 기반은 모두 중요하지만 '장사를 못하고 있는 사람'의 피해 역시 절박하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기준이 마련되면 도와드리겠다"는 막연한 약속 속에 방치돼 있다. 법은 통과됐지만 피해자들은 법의 보호를 체감하지 못한다.
행정의 시계와 생존의 시계는 이렇게도 다르다. 현장에 닿지 않는 법은 선언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에게는 당장의 생계가 더 절박하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복구는 시작조차 못하고 삶은 멈춰 서 있다. 법의 공백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는 한 우리는 또 다른 재난 속에서도 "법은 있는데 현실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의성=황재윤 기자 newsde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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