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1000승 건너 KS 첫 등정까지. 한화 김경문 감독 라스트 댄스

찬 바람이 불던 몇 년 전 연말의 일입니다.
필자는 서울 송파구의 한 횟집에서 한화 김경문 감독(67)을 만났습니다. 당시 야인이었던 김 감독은 몇 개 팀에서 사령탑 제안을 받았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김 감독은 현장에 복귀해 야구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000승 얘기도 꺼냈습니다. 그는 정확하게 자신이 올린 통산 승수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896승을 기록했는데 1000승을 채울 수 있으면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이번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미국으로 건너가 잊고 지내려고요.”
결국 김 감독을 향한 러브콜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쉽게 출국했던 김 감독은 지난해 시즌 도중 한화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하면서 ‘라스트 댄스’의 무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미완의 과제로 남을 줄 알았던 1000승 고지를 향한 등정도 다시 시작하게 된 거죠.
이번 시즌 한화 독수리의 고공비행이 계속되면서 1000승 시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화는 11일 고척에서 열린 키움과 방문경기에서 8-0 완승했습니다. 전날 11연승과 이날 12연승이 모두 33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지난달 26일 KT 전부터 시작한 무패 행진은 어느덧 구단 자체 신기록을 넘보고 있습니다. 종전 기록은 전신 빙그레 시절 기록한 14연승(1992년 5월 12~26일)입니다.
한화는 시즌 27승 13패로 2위(26승14패) LG와 1경기 차를 유지하며 단독 선두를 지켰습니다.
매서운 상승세에 힘입어 김경문 감독은 통산 965승을 기록해 통산 1000승에 35승만 남겨뒀습니다. 시즌 전체 66승(2무76패)을 올려 10개 팀 가운데 8위에 그쳤던 지난해 성적과는 눈을 씻고 다시 보게 됐습니다. 시즌 전만 해도 김경문 감독은 1000승에 62승을 남겨뒀습니다. 지난해 66승을 참작하면 시즌 막판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죠.

<사진> 2024시즌까지 프로야구 최다승 감독 순위. KBO 자료

<사진> 프로야구 최다승 4위 김경문 감독과 3위 김인식 감독, 허구연 KBO 총재. 채널에이 자료
프로야구 역사에서 1000승 이상을 올린 감독은 두 명뿐입니다. 김응용(1554승)과 김성근(1338승) 전 감독입니다. 그다음은 978승을 올린 김인식 전 감독이고요. 한화 입단 전에 자신보다 앞에 있던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전 감독은 일찌감치 추월했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김인식 감독을 추월할 순간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KBO에 따르면 한화가 현재 페이스를 계속 유지한다고 보면 김경문 감독은 올스타전 직후 1000승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뜨겁기로 소문난 한화 팬들도 더욱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4월 24일 부산 롯데전부터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한화 경기는 14연속 매진입니다.
‘국민 사령탑’으로 이름을 날린 김인식 감독 역시 1000승에 대한 미련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감독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숫자이지만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게 ‘1000승 클럽’입니다.
물 건너간 줄 알았던 1000승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김경문 감독은 절친한 후배인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에게 “참으로 인생이 묘하다. 요즘 한화가 많이 좋아졌다. 선수들이 조금 힘이 생겼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1000승의 강을 건넌 김 감독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숙원이 남게 됩니다. 한화는 1999년 유일하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습니다. 2006년 이후에는 한국시리즈에 오른 적도 없습니다.

<사진> 한화 김경문 감독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김경문 감독의 우승 갈증은 한화보다 더 심합니다.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뒤 한 번도 우승 경력이 없습니다. 두산 시절이던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4패로 패퇴했고, 2007년과 2008년엔 SK 와이번스에 2승4패, 1승4패로 역시 무너졌습니다. NC 다이노스 시절이던 2016년엔 두산에 4패의 수모를 안았습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회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야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전승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위업을 이끈 감독으로선 절대 달갑지 않은 흑역사입니다.
김경문 감독은 잠재된 능력이나 장점을 중시해 선수를 뽑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 비결에 대해 필자에게 “내 머릿속에는 카메라가 아주 많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훈련할 때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이를 카메라처럼 찍어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는 뜻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오너의 각별한 애정과 지원은 야구단에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태어난 김 감독은 초등학교는 대구, 중학교는 부산, 고등학교(공주고)는 충남 공주, 대학은 서울(고려대)에서 졸업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평초(浮萍草)처럼 돌아다닌 그의 야구 인생이 한밭에서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야구 상식 한가지. 미국 메이저리그 감독 최다승은 코니 맥 감독(필라델피아)의 3731승입니다. 일본은 쓰루오카 가즈토 감독(난카이)가 1773승을 기록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글= 김종석 기자(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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