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유세가 시작됐다”.. 정치가 아닌 ‘신변보호의 시간’에 돌입한 대선

제21대 대통령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정치’보다 ‘위험’이 먼저 부각되는 이례적 풍경을 맞고 있습니다.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출정식 현장. 무대 위 이재명 후보는 와이셔츠 위에 흰색 방탄복을 착용한 채 등장했고,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서도 악수를 자제했습니다.
축제 분위기를 예고했던 유세 현장은 어느새 ‘보호와 통제’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총기·폭약 반입 제보와 함께 딥페이크 유포, 신변 협박 수사가 이어지면서, 선거는 이제 득표 경쟁이 아니라 ‘무사 완주’부터 가늠해야 할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실 후보가 ‘정치적 발언’보다 먼저 ‘신변 위협’에 대비하며 선거를 시작하는 전례는 드뭅니다.
12일 경찰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 후보에 대한 온라인 협박글 수사만 7건에 달하고, 딥페이크 허위영상 유포 조사도 진행 중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관련된 선거사범 162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모든 유세와 관련된 위해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이례적 수준의 ‘테러 대비 체제’는 선거 불법행위 차원을 넘어, 이번 대선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위험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 “국민 문자 90%가 경호 우려”.. 유례없는 TF 구성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당내에 ‘테러대응 TF’를 발족했습니다. TF 단장인 김민석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의 90%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테러와 경호 우려”라며 “총기 및 폭약 관련 제보도 입수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러시아제 소총 밀반입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제보가 문자로 들어왔다”며, 비상계엄 사태 당시 가담했던 세력 중 일부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정보도 접수됐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해당 제보에 대해 공식 접수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민주당은 유세 현장에서의 경호 강화를 위해 경찰 출신 임호선 의원, 군 출신 부승찬 의원을 TF에 배치하고, ‘후보 안전실’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딥페이크·허위사실 유포” 선거범죄 162명 수사 중
12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총 84건, 162명의 선거사범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 허위사실 유포, 공무원 선거 관여, 선거폭력, 불법단체 동원 등 5대 범죄만 129명에 이릅니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는 104명으로 가장 많고,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 중인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유포 건도 8건, 18명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딥페이크 여부 판단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영상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이재명 후보를 대상으로 한 영상물도 포함돼 있으며, 시도청 사이버수사대가 직접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 경찰, 대선 기간 ‘갑호 비상’ 대비.. 총력 경계
경찰청은 대선 선거기간 동안 서울 서대문 청사에 ‘선거경비통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278개 상황실을 24시간 가동하기로 했습니다. 선거 당일인 6월 3일에는 최고 수준의 갑호 비상 태세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와 별도로 대선 후보자 신변보호를 위한 경찰 경호팀도 약 180명 규모로 운영됩니다.
이는 전 대선 대비 30명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에 준하는 ‘을호’ 등급의 경호가 제공됩니다.
선거운동 현장에서는 기동대,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등이 전방위로 투입되고 있으며, 투개표소, 투표함 이송 등 주요 단계에도 경호 병력이 배치될 예정입니다.
■ 유세 현장과 정치 테러 사이.. 정치는 점점 ‘안전 영역’에 갇힌다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정치 테러’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월 흉기 피습을 당한 전력이 있고, 이번 선거에서는 유세 초반부터 방검복을 착용하며 안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지자들과의 악수는 줄고, 주변을 둘러싼 지지자들의 자발적 보호 행동, 이른바 ‘잼가드(’이재명‘과 ’보디가드‘의 조합)’까지 가세하면서 유세 현장은 그 자체로 고도의 보안작전 현장으로 바뀌어가는 양상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시민과의 접촉은 유지하되, 안전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유세 방식을 온·오프라인 병행 구조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유세의 자유와 후보자의 신변 보호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에서, 21대 대선이 득표 경쟁을 넘어 ‘정상적인 완주’ 자체가 보장될 수 있을지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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