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지났어도 단번에 알아본 사제…"직접 소양강댐 보여주셨죠"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선생님 그대로세요", "왔구나".
5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선생님과 제자는 단번에 서로를 알아봤다. 달라진 거라곤 선생님 키가 2㎝ 줄고, 제자는 선생님 못지않은 주름이 생긴 것뿐이었다.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 옛 제자 다섯명이 50년 전 담임 교사였던 홍순길(78)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찾았다.
40여년간 교직 생활을 한 뒤 퇴임한 홍 전 교육장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융합과학교육원에서 아이들에게 '생태체험 교육'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1975년 동작구 상도동 강남초 4학년 2반에서 스승·제자의 연을 맺었다.
서경원(61)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다섯 제자는 홍 전 교육장의 열정이 넘치던 50년 전 교실을 늘 그리워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홍 전 교육장의 근황을 알게 됐고, 반백 년 만에 스승과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홍 전 교육장은 옛 제자들을 만난 기념으로 융합과학교육원에서 특별 '생태 수업'을 진행했다.
제자들은 홍 전 교육장 지도하에 물벼룩 심장을 현미경으로 보는가 하면 참개구리를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찾는 수업도 있었는데, 애벌레가 보이지 않는다는 제자들에게 홍 전 교육장은 "마음이 고와야 보인다"며 웃었다.

제자들은 즐거우면서도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선생님 키가 좀 작아지신 것 같아요", "아냐. 똑같아. 우리 같이 늙어가는 거야."
서 교수는 "정말로 선생님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항상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며 "제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불러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서 교수는 특히 홍 전 교육장을 학생 모두에게 애정을 준 교사로 기억했다.
홍 전 교육장은 소양강댐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제자의 말에 학생 일곱 명을 데리고 실제 소양강댐을 함께 보고 왔다고 한다.
학교 창문이 떨어져 머리가 찢어진 서 교수를 등에 업고 병원으로 내달리기도 했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서 교수는 "홍 선생님이 마음을 다해서 즐거워하며 가르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저도 아는 걸 나누는 걸 좋아하는데 다 선생님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교육장은 교직 생활이 보람되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등학생 때 시험을 봤는데 '남쪽 날씨는 어떤가'란 질문에 춥다고 답해 틀린 적이 있다"며 "저는 남극까지 가면 춥다고 생각하고 답한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교육장은 "저는 그렇게 교육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교직 생활 40년, 정말 자랑스러웠다"며 웃었다.
![1975년 소양강댐에 함께 간 홍순길 전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교육장과 강남초 4학년 2반 학생들. [서울시교육청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2/yonhap/20250512120147176jyzq.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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