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판사들에 ‘피자 배달 테러’ 이어져…美 사법부 “명백한 괴롭힘”

현정민 기자 2025. 5. 12. 11: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키지 않은 피자가 집으로 배달돼
판사들 “폭력 시사하는 ‘스워팅(swatting)’…위협감 느껴"
10년 간 판사 대상 협박 3배 이상 증가…법치주의 무너졌다

지난 2월부터 미국 최소 7개 주에서 연방 판사들의 자택으로 수백 건의 무단 ‘피자 배달 테러’가 이어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인 협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공격을 받은 판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뉴스1

11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듯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가 무차별적으로 배달되는 사건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 사법권에 대한 위협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보안관청(USMS ·United Marshals Service)은 이를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 괴롭힘이자 협박으로 간주,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주문은 판사 자녀 앞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WP에 따르면 2020년 뉴저지 자택에서 배달원으로 사칭한 변호사에게 총기로 피습 당해 숨진 에스더 살라스 판사의 아들 다니엘 앤덜의 이름으로도 최근 주문이 접수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이자 연방판사협회 회장인 미셸 차일즈 판사는 최근 몇 달간 7건의 피자 배달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일즈 판사에 따르면 첫 배달은 그가 특별검사관실(Office of Special Counsel·OSC)의 햄튼 델린저 소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부 변호사들의 안건에 대해 기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OSC는 정부 내 부당한 인사 행위 및 조직 부패 등을 조사하고 처벌하는 연방 정부의 독립 기관이다.

이후에도 차일즈 판사가 대학 강의나 팟캐스트를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할 때마다 피자 배달은 이어졌다. 차일즈 판사는 “이제는 누가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지 않는다”며 “출입문 한 켠에 설치된 인터폰을 통해 배달원과 소통한다”고 전했다. 이어 “배달은 피자 업체 여러 곳과 배달앱 한 곳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을 파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에스더 살라스 판사는 2020년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아들을 잃었다. 당시 살라스 판사가 맡았던 사건 변호사가 피자 배달원으로 위장, 자택을 방문해 총기로 20살이던 다니엘 앤덜을 쏴 죽이고 자살했다. 이 과정에서 살라스 판사의 남편도 중상을 입었다. 살라스 판사는 “이러한 주문이 반복될수록 심리적인 위협으로 다가온다”며 “첫 번째는 ‘당신 집을 안다’, 두 번째는 ‘당신 자녀의 집을 안다’, 세 번째는 ‘죽은 아들처럼 되고 싶냐’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사망한 아들의 이름이 공포와 협박의 도구로 사용되는 데 살라스 판사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이는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들은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폭력을 예고하는 ‘스와팅(swatting)’의 일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 의회에도 사건이 보고된 상태로, 상원 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딕 더빈 의원은 법무부와 FBI에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더빈 의원은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닌, 해당 판사와 그 가족의 주소지를 알고 있다는 의도적 위협”이라며, 오는 20일까지 수사 진행 상황을 공식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FBI는 미국 연방 보안관청에서 수사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책임 소재가 없다는 입장이며, 법무부 역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판사들에 대한 협박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12월 공개한 ‘대법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판사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직 연방판사 폴 미셸은 “사법부는 정치적 압력이나 물리적 위협 없이 독립적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태를 언급, “판사들에게 실제로 해를 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