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젊은층 “전화받는 게 무서워요”[송주희의 일본톡]
메신저활용 늘면서 유선전화·이용감소
SNS세대 “사내전화 두려워 퇴사" 증가
전화 응대 교육·대행 업체까지 등장해
20대 75% “전화 답변하는 것 불편해”
말실수로 SNS 논란 사례 등 목격 영향
“되돌릴 수 없는 말 할까봐” 압박감도
송주희의 일본톡에서는 외신 속 일본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의 요모조모를 짚어봅니다. 닮은듯 다른, 그래서 더 궁금한 이웃나라 이야기 시작합니다.

“유선전화 처음 만져봐요”···SNS세대의 불안

실제로 일본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사히신문이 도쿄 거리에서 만난 한 공무원 여성(27)은 “업무상으로도 가능하다면 전화 응대는 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식당 예약도 전화로만 가능하다면 포기한다고 하는데요. 이 여성은 “대화 중 말이 나오지 않아 침묵이 생기면 자기혐오에 빠진다”고 말합니다. 대면이라면 몸짓이나 표정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지만, 전화는 이런 대응이 아예 불가능해 ‘대화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전화 공포증’에 관한 책을 낸 상담사 오노 모에코 씨는 10년 전, 한 신입사원과의 상담을 잊지 못합니다. 그는 “전화가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고통을 호소했다죠. 놀랍게도 이 직장인과의 상담 후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상담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오노 씨는 SNS를 주요 소통 도구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말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사회에서 일상 대화에서도 ‘이런 말을 해도 될까’라고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요. SNS나 이메일은 시간을 들여 문자로 답장할 수 있지만, 전화는 ‘순발력’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하고, 이상한 말, 되돌릴 수 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다 보니 그 긴장감에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심리가 더 커지는 게 아닐까요.
회사에서 받는 전화가 주는 또 다른 공포는 ‘알 수 없는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누구한테서 온 전화인지, 용건은 무엇인지, 상대방은 어떤 표정인지··· 오노 씨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사전 정보가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고 진단합니다.

일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한 전화 연결 서비스 제공업체가 2023년 전국 20세 이상 5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약 60%가 전화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고, 20대가 74.8%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선전화 벨소리를 들으면 불쾌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20대의 40%가 “내 지식으로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와 “문의 내용을 모르니 부담스럽다”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런 심리를 겨냥한 광고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2021년, 전화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 ‘우루루’는 “전화는 신입이 받아야 한다”는 관행을 ‘전화 괴롭힘(TEL harassment)’이라고 지적하는 광고를 내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 전화 응대를 외주화하는 기업 중에는 “젊은 직원은 전화를 받는 것이 일이라는 풍조를 바꿔주고 싶다”는 곳들도 많다고 하네요. 인력난 대응을 위해 최근에는 전화 대행 서비스 외에도 자동 음성이나 AI(인공지능)를 도입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죠.
최근 일본에선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도 힘들어 퇴사를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퇴사 희망자를 대신해 퇴직 의사를 회사에 직접 전달하고, 후속 절차까지 해결해주는 곳인데요. 전화 응대 대행 업체, 전화 통화 교육 회사가 등장하고, 퇴사를 대신 해주는 전문 업체가 나온다는 것은 그 정도로 자기 의사를 상황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메신저에 글자를 하나 둘 입력하다가 답답함에 그냥 전화를 거는 쪽인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회사 전화기에 벨이 울리면 누구라도 한숨이 밀려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부담이 긴장을 넘어 공포가 되는 현실엔 생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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