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AI 시대, 규제개혁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2025. 5.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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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규제개혁에 새로운 전환적 관점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기술이 융합되며 산업과 생활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거의 규제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성장에 기여한 측면이 있었으나,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 증대로 규제의 목적과 역할이 훨씬 복잡해졌다. AI와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경제가 주도하는 오늘날, 규제는 단순히 제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이 신뢰를 얻고, 사회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디지털 안전망이자 혁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AI 기술은 그 자체로 사회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의료 영상 판독에서부터 자율주행차, 금융 사기 감지, 자동 채용 시스템까지 일상 전반에 스며든 AI는 막대한 편익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편향된 알고리즘, 개인정보 침해, 노동의 불안정화 같은 새로운 위험을 수반한다. 단순히 규제를 풀기만 하면 성장한다는 공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적절한 규제가 신기술에 대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케 한다는 논리가 국제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을 저해하는 동시에, 시민들은 오래된 보호장치에 머물게 된다"고 지적하며 더욱 기민하고 유연한 규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규제가 없으면 혁신이 자유로울 것이라는 낙관과 달리, 민첩한 규제가 혁신을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임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규제개혁은 '철폐'가 아니라 '혁신'과 '품질 제고'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규제개혁은 단순히 몇 개 규제를 없애는 성과 경쟁이 아니라, 전체 규제 체계의 현대화와 재설계라는 큰 틀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규제(smart regulation)다. 단순히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이 아니라, 공공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AI 선언'은 AI 접근성 확대, 디지털 격차 해소,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 윤리적 거버넌스 등의 의제를 제시했다. 이것은 단지 기술적 문제만이 아닌, 인간 존엄성과 사회 연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의 혜택이 특정 소수에게만 집중되면, 결국 그 기술은 외면당할 것이다. 규제는 바로 그 형평과 공존의 기준선을 설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규제개혁 방식을 첨단기술을 활용해서 혁신할 필요도 있다. 기술의 힘을 규제 설계에 도입하는 레그테크(RegTech)가 대표적이다. 레그테크는 'Regulatory Technology'의 줄임말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법규 준수 여부, 이상 거래 탐지, 내부통제 절차 등을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분석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ESG 경영 평가, 개인정보 보호 수준 점검, 플랫폼 알고리즘의 차별 분석 등 새로운 규제 영역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규제는 '규제 재구성'이어야 한다.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똑똑하고 더 유연하게 설계함으로써 기술 혁신의 토대를 제공하고, 시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는 규제가 아니라,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규제,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마주한 과제다.

AI 시대, 규제는 족쇄가 아니라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스마트한 규제를 통해 혁신과 신뢰가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 그것이 진짜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이지혜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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