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지도 않은 피자가 집으로... 美 판사들이 공포에 떤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5. 5. 1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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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8개주 판사들에게 배달된 익명의 피자
총 맞아 숨진 판사 아들 이름으로 배달되기도 해 공분
미국에서 판사들을 향한 협박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미 전역에서 수백 명의 판사들이 시키지도 않은 피자 배달을 받고 있다./EPA 연합뉴스

“시키지도 않은 피자가 집으로 도착하고 있다. 판사들은 초인종이 울려도 문을 열지 않고 카메라로 밖을 살펴야 한다.”

지난 2월부터 미국 전역의 판사들에게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 배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판사 본인에게 배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판사 가족에게까지 시키지도 않은 피자가 배달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중 몇 건은 2020년 재판 관련 변호사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판사의 자녀 이름으로 배달되기도 해 미국 판사들의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지난 2월부터 연방 판사들의 집에 원하지 않은 피자 배달이 되고 있다”면서 “최소 여덟 주(州)에 걸쳐 발생했고 수백 건에 달한다”고 했다. 대부분 배달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심리 중인 판사들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워싱턴 DC 연방순회법원에 근무 중인 미셸 차일즈 판사는 최근 자신의 집으로 익명으로 된 피자 배달을 일곱 차례 받았다. 이 중 한 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 직원을 해임하려고 한 사건 판결에 참여한 직후에 배달됐다고 한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피자 배달을 더 받았는데 그가 국가사법대학에서 법치주의에 강의하고, 국가헌법센터 팟캐스트에서 사법부에 대한 위협에 대해 이야기한 직후였다.

익명으로 된 피자 배달을 받는 사례는 차라리 양호하다. 일부 사례에서는 판사들이 2020년 7월 숨진 뉴저지주 연방 판사 에스터 살라스의 아들 이름으로 된 피자를 받았다. 살라스의 아들 대니얼 앤덜은 살라스 판사가 담당한 사건에 불만을 품은 변호사의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가해 변호사는 배달원으로 위장한 상태였다. 살라스는 WP에 “한 연방 판사가 내 아들의 이름으로 피자를 받았다고 알려줬다”면서 “범인이 첫째 ‘우리는 네가 어디에 사는지 안다’ 둘째 ‘우리는 네 자녀가 어디 사는지도 안다’ 셋째 ‘너도 대니얼처럼 되고 싶나’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니얼의 이름으로 배달된 피자는 워싱턴 DC, 로드아일랜드, 뉴욕, 캘리포니아,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 오리건 등 최소 8개 주 판사들에게 보내졌다. 이들이 판사의 개인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해 범행을 저지르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판사들을 향한 ‘피자 협박’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미 의회 사법위원회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지난주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요청했다. FBI는 이 사건을 미 연방 보안관국으로 넘겨 수사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판사 협박 사건이 갈수록 사회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작년 12월 공개한 ‘대법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판사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연방 보안관들은 1000건 이상의 심각한 위협을 조사했고, 약 50명을 형사 기소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판사들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 남기는 사람도 있다”면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는 허위 정보는 사법의 독립성을 위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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