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와 기후변화[최종수의 기후이야기]
과학기술의 발달 이끌며 신재생에너지 희망도 키워
새 도전 더 미룰 때 아냐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고대 그리스 신화 ‘판도라의 상자’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야기다. 제우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고 그 순간 안에 담겨 있던 모든 재앙과 불행이 세상에 퍼지게 됐다는 줄거리의 신화다. 오래전 지어낸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감정과 갈등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어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종종 인용된다. 이 신화는 호기심이나 욕망에 이끌린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고한다. 이 이야기는 눈앞의 이익을 좇은 결정이 훗날 큰 재앙을 부른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끝에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변화와 닮아 있다.

판도라의 상자와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는 유사하면서도 차이점이 있다. 판도라는 세상에 재앙만을 퍼뜨렸지만, 화석연료는 산업 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제공했다. 우리의 선택이 불러온 기후변화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긍정적인 혜택도 있었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기술과 경제는 급속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우리가 연 상자에는 에너지가 주는 혜택뿐만 아니라 지불해야 할 청구서도 함께 들어 있었다. 산업혁명의 눈부신 발전의 이면에 나타난 기후변화가 그 대가다.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기후는 극단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판도라의 선택이 세상에 재앙과 불행을 퍼뜨린 것처럼 인류의 선택도 세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 신화는 한 번의 실수가 절망적 현실을 불러왔음을 보여주지만 상자 속에 ‘희망’을 남겨둠으로써 절망만으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희망‘이 인류가 붙잡을 가능성을 상징하듯 기후변화를 마주한 우리에게도 여전히 희망의 씨앗은 남아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 씨앗은 화석연료가 가져다줬다. 화석연료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고 그 기술은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화석연료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지만 그 안에 남은 희망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미래를 만들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연 그 상자의 뚜껑을 다시 닫을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그럴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뚜껑을 닫을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 경고를 부정하거나 심각성을 외면한다.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얽혀 논쟁하느라 기후변화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합의는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은 단지 과거의 선택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여정이다. 선물로 보였던 판도라의 상자가 결국 재앙을 가져왔던 것처럼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화석연료도 우리에게 큰 도전을 안겼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전환점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갈림길에 서 있기도 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길을 선택할 용기와 행동으로 옮길 의지다. 우리가 마침내 화석연료 상자의 뚜껑을 닫을 수 있을지는, 바로 지금 우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최종수 (clima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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