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지역서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맹활약

정성환 기자 2025. 5.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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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도 비료도 전부 불탄 와중에 농민이 밭만 쳐다보고 계시더라고요.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생각에 두둑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전국 107곳 시·군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188명은 피해농가들이 영농활동에 즉각 복귀하기 어렵다고 판단, 농기계 162대를 이끌고 피해지역으로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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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피해지역에 188명 모여
로터리·두둑 작업 대행 ‘구슬땀’
현장경험·전문성 살려 복구지원
19일간 222농가 영농재개 도와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이 검게 탄 산을 뒤로한 채 4월23일 경북 의성의 한 고추밭에서 트랙터를 타고 두둑을 만들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기계도 비료도 전부 불탄 와중에 농민이 밭만 쳐다보고 계시더라고요.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생각에 두둑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이 영남 산불 피해농가를 돕고자 팔을 걷어붙인 것이 뒤늦게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은 도농업기술원이나 시·군 농업기술센터 같은 지방 농촌진흥기관의 농기계 전문가들이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부터 2년마다 이들 중 일부를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으로 위촉한다.

농진청에 따르면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은 4월7∼25일 경북 안동·영양·청송·의성, 경남 산청 등 5개 시·군을 돌며 로터리 작업과 두둑 만들기 등을 도왔다. 이 기간 이들이 거쳐간 곳은 222농가, 117.6㏊ 농지에 이른다. 김종진 농진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농업기계교육팀장은 “연가를 내고 온 사례가 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영남 대형 산불로 농경지 1975㏊가 피해를 봤다. 농기계도 1만7158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전국 107곳 시·군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188명은 피해농가들이 영농활동에 즉각 복귀하기 어렵다고 판단, 농기계 162대를 이끌고 피해지역으로 모였다.

이들 가운데는 과거 강원·충남지역 재해 발생 때 받은 도움을 갚고자 자원한 이들도 있었다. 유정영 강원도농업기술원 주무관은 “2019년 강릉 산불로 피해가 컸을 때 전국에서 농기계 80대를 몰고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188명이 달려와준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이후로 다른 지역에 재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자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순우 충남도농업기술원 전문경력관은 “지난해 8월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156명이 충남 논산 수해지역에 투입돼 농기계 1284대를 수리해줘 큰 도움이 됐다”며 “은혜에 보답하고자 충남지역에선 도가 운영하는 ‘농작업지원단’을 중심으로 가장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인력을 활용해 지원팀을 꾸렸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복구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불 피해농지는 경사진 산등성이에 위치한 밭이 많아 흙이 비에 쓸려가지 않으려면 경사면 아래서 봤을 때 가로로 두둑을 고르게 내야 해 작업 난이도가 높다.

유 주무관은 “강원지역 경사지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2인1조로 한명은 관리기를 옆에서 밀고 한명은 운전하는 방식으로 두둑을 냈다”고 말했다. 조연주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둥글거나 넓고 평평한 두둑 등 농가마다 원하는 두둑 폭·형태가 달랐다”면서도 “일부 농업기계 안전전문관은 복구 작업 중 손톱이 빠졌을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농진청은 과수·채소 긴급 영농기술지원단을 운영해 4월7∼8일 경북 청송 인삼농가 등에 복구기술을 지원했고 4월17일∼5월1일엔 7회에 걸쳐 직원 258명이 산불 피해지역을 돌며 고추 아주심기(정식)와 잔해물 정리를 도왔다.

2t 규모의 식량작물 종자를 산불 피해지역에 무상 공급하기도 했다. 정명갑 농진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장은 “농업기계 안전전문관들의 자발적이고 발빠른 지원 덕택에 농가들이 신속하게 영농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재해 발생 때 빠른 영농재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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