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하얀 잔상, 그리고 5월의 기억

봄의 한가운데인 푸르른 5월. 본래 이달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어야 한다. 연둣빛 새싹이 기지개를 켜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의 5월은 예년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봄바람이라기엔 강풍이 거세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비는 이상기후의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사라져 가는 봄 풍경을 기억하려 지난해 이맘때 녹음이 절정이었던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을 찾았다.

그곳은 한때 녹색 물결과 하얀 꽃가루로 뒤덮여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냈지만, 올해는 매서운 바람과 궂은비로 꽃잎과 꽃가루조차 자취를 감췄다. 봄의 낭만을 찾지 못해 아쉬운 마음으로 걷던 중 연못가에서 뜻밖의 장면을 발견했다. 마치 눈이 내려앉은 듯 수면 위에 빼곡히 떠 있는 꽃가루들이 시선을 붙잡았다. 게다가 푸른 녹음과 하얀 꽃잎,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갈대, 마른 나뭇가지 위에서 몸을 말리는 거북이까지….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것들의 조화가 ‘낯선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예상치 못한 겨울의 잔상은 어쩌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듯 마음 한편을 아리게 했다.

긴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앞에는 여전히 버거운 현실이 놓여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과제와 불확실한 주변 상황은 변덕스러운 5월의 날씨처럼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샛강공원에서 마주한 그 겨울 같은 풍경은, 봄이 왔음에도 차가운 터널 속에 머물러 있는 ‘지금’과 닮았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숲길을 벗어나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들처럼, 새로운 시작을 꿈꿀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소망한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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