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신사는 아무 데나 침을 뱉지 않는다"

길거리에 침을 뱉는 행위는 1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과료의 형을 받을 수 있는 경범죄다.(경범죄 처벌법 제2장, 제3장 12항) 하지만 대개의 경범죄가 그렇듯 실제로 저 행위로 적발-처벌받는 예는 드물다. 공공장소에서 침을 뱉는 행위는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침 속 유해 세균을 퍼뜨려 공중 위생 및 보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사회적 행동이다. 침이 상대방의 신체에 닿으면 폭행죄나 모욕죄로 간주돼 2년 이하 징역 등을 선고받을 수 있고, 코로나19나 결핵 등 감염질환자일 경우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배변 행위도 예사로 하던 현대 인류가 침 뱉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부터다. 미국 뉴욕시는 당시 보건국장 허먼 빅스(Herman Biggs)의 강력한 건의에 따라 1896년 5월 12일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수단 내 침 뱉기 금지 조례를 제정, 위반 시 1~5달러 벌금과 최대 1년 징역형에 처하게 했다.
저항은 엄청났다. 시 당국이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성토가 신문 독자투고와 공개 포럼 등을 통해 빗발쳤다. 침이 결핵 등의 전염에 영향을 준다는 의학적 지식에 의문을 제기한 의학자도 있었고, 침 뱉기의 건강상의 이점이 감염병 확산의 잠재적 위험보다 크다는 주장도 있었다. 조례 홍보 포스터는 침으로 훼손돼 숱하게 교체돼야 했다.
중산층 여성들이 조직한 ‘여성건강보호협회’가 시 당국을 도왔다. 그들은 거리 청소와 함께 신사는 침을 아무 데나 뱉지 않는다는 캠페인을 벌였고, 뉴욕시는 공공장소에 침을 뱉을 수 있는 ‘타구(Spittoons)’를 설치하고, 휴대용 침 뱉는 용기(가래 플라스크)가 출시되기도 했다.
뉴욕의 침 뱉기 금지 조례는 1910년까지 150여 곳 시의회 조례로 확산됐고, 같은 기간 뉴욕에선 2,513건의 조례 위반 사범이 적발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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