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 달콤 원시시대 [인문산책]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아들을 죽이려면 성문 앞으로 데리고 가시오.' 신명기 21장의 이야기다. 패역한 자식을 성문 앞에 끌고 가, 마을 남자들이 돌을 던져 죽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침이다. 기독교 경전이라 펼쳤다가 중세 마녀재판 매뉴얼이라도 되는 줄 알고 놀라셨을지 모르겠다. 2천 년 전 글이고, 배경은 3천 년 전이다. 살벌한 원시 괴담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 이 아들은 왜 끔찍한 처형을 당해야 했을까? 부모에 의하면, 고집 세고 반항하며, 술만 퍼마시는 자식이다. 이 처형을 본보기 삼아 사회 악행을 뿌리 뽑으려는 취지다. 지금 적용된다면 줄어드는 인구에 더 치명타를 줄 것이다. 그런데 원시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가족 안의 아버지였다. 현대에도 가족은 안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사각지대다. 그 시대는 오죽했겠는가. 더군다나 법과 제도가 미약했던 원시시대는 가부장에게 막강한 권위를 주었다. 사회 안녕과 질서를 위해, 가장은 경찰이고 재판관이었다. 가부장은 친족 일원도 처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부장의 성정이 폭력적이라면? 그 자녀는 보이지 않는 참혹한 피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가장에게 제동을 건다면, 이렇게 불평했을 것이다. '이러니까 요즘 젊은애들이 막돼먹은 거야. 망조네.'
신묘하게도 신명기의 지침은 사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아들을 돌로 치라는 것은, 일단 가부장의 권위와 사회 전통을 만족시킨다. 당시 세계가 21세기 아동복지법을 소화할 순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신명기는 자기 성질을 못 이긴 아버지가 아들을 성문으로 끌고 가기 전까지, 찬물도 마시고 숨도 고를 수 있도록 나름의 기술을 부린다.
첫째,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를 붙잡도록 하십시오"(19절, 새한글성경). 이전 같으면 아버지 독단으로 결정할 일에 어머니가 개입된다. 이러면 아들의 생존 확률은 반이 넘어갈 것이다. 둘째, "그러고는 그 도시의 원로들에게 데려가도록 하십시오." 어르신들 앞에 서면, 되레 그 아버지가 한 소리 들을 것이다. '이놈아 넌 젊을 때 더했어!' 셋째, "도시의 남자들이 모두 돌을 던져서 그를 죽이도록 하십시오." 과연 마을 친구들이 선뜻 돌을 들 수 있을까? 막장 패륜아가 아니면 99퍼센트는 목숨을 건졌을 것이다.
종교학자 에밀 뒤르켐은 사회가 곧 신이라고 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사람처럼 생물이다. 사람이 사람을 살피듯, 사회는 본능처럼 인권과 생명을 경외한다. 괴담 같은 원시 사회도, 사람 살길은 몰래몰래 열어놓았다. 그래서 나는 사회를 믿는다.

기민석 목사·한국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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